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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걸음의 거리
길을 나섰다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었다
시작된 길은 굳이 덤불 헤쳐 나갈 필요가 없는
매끄러움으로 꽉 찬 곳
그늘 서린 곳을 비껴가야 할 까닭이 없었다
위풍당당한 걸음을 흉내 내지 않아도 되었다
가시 돋힌 부분마저 삭제하지 않았다
닿을 수 있는 곳
도착해야 할 거기
고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정해진 꿈 온몸으로 미리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은
찌스러기 한 덩이를 안고 걸어도 크게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었다
며칠 전 건네온 수제 양장 한 벌을 굳이 몸에 걸고 걷지 않아도 되었다
결과가 약속된 걸음은 미세한 조정도 불필요한 것
어서 걸어
반짝이는 리듬을 발자국에 붙이렴
그럴싸한 포장이 아니더라도 든든하니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가렴
다만
딱 한 걸음의 거리라 생각되면
그곳에서 멈추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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