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장애이다.
- 사나흘 전이었지 아마. 완숙 토마토 보관 방법을 컴퓨터로 검색하려다가 무려 세 번이나 부엌과 컴퓨터 앞을 왕복했던 내용을 적은 글이 있다. 하려고 하던 일을 하지 않고 우선 눈에 띄는 내용을 살펴보는 무식한 습관을 반성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진짜 문제가 또 있다고 적고 추후 그 내용을 들춰 적어보겠다고 기록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이다.
이것은 분명 인지 장애이다. 현대판 질병을 얻은 셈이다. 최첨단이라는 도구에 짓밟힌 결과 나 스스로 내 뇌세포에 씌운, 줏대 무감각 현상에 의한 발병이다.
어제 있었던 일, 어제 이곳 블로그 글에서 말한,
'내일 이야기하기로 한 것'
을 쓴다. 토마토 관련 사건을 두고 나 자신에게 내린 문제 상황.
그래, 나는 중대한 질병을 얻었다. 인지 장애! 이것은 주의력 결핍 과잉 장애로 연결된다. 이는 또 기억력과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의 결함으로 이어진다. 아, 마침내 치매로 정착되겠지.
여러 찬거리 및 간식거리를 사 와 식탁 위에 놓으며
'냉장고에 정리 좀 해!'
라는 말을 던지고 씻으러 들어간 남자를 보고 재빨리 식탁으로 달려갔다. 지은 죄가 많아서. 식생활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나 몰라라 하고 사는 상태를 말한다.
"토마토가 싸더라."
"오키, 토마토 떨어지지 않게 해."
열몇 개의 토마토를 안고 있는 비닐봉지에서 ''완숙'이라는 안내 부분을 읽었다. 나의 뇌세포가 반응한 것은,
"엥? 완숙? 이를 어찌 함?"
"냉장고에 넣어 말어?"
사실 얼토당토않은 생각이었다. 세상에나, 인생 정리의 시기로 들어선 연배라 자부(?)하는데 토마토 보관법을 모르겠다?
그렇다. 나 뇌세포의 반응이 그랬다.
'완숙의 토마토는 어떻게 보관한담?'
마치 내 생전 처음 부딪힌 일처럼 나는 컴퓨터 앞으로 달렸다. 일말의 틈도 없다. 무작정 달렸다. 어제 이곳 블로그에 썼던 이런저런 상황, 즉 세 번을 부엌과 컴퓨터 앞을 왕복한 후에야 마침내 검색 완료하고 행동에 옮긴 완숙된 토마토 보관법. 실행에 옮기는데 내 자신이 너무 웃겼다. 아니 내가 어딘지 조금 모자란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아니, 아니다.
'이거 혹 치매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자주 읽게 되는 치매 관련 독서나 영상 시청 등으로 '불면'이 얼마나 큰 발병 원인인가를 알게 된 후 나는 언제부턴가 내 행동이 조금 미심쩍으면 '치매'를 떠올린다. 물론 최근 어느 의사의 말에 의하면 수면과 치매는 뚜렷한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읽고는 부화뇌동하고 있지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분히 나 자신을 돌아본 결과 내게 내린 질병명은 '인지 장애'였다. 인지 장애라! 인지(認知)란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앎'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
이다. '법률' 분야에서는
'혼인 외에 출생한 자녀에 대하여 친아버지나 친어머니가 자기 자식임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어떤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여전히 잘한다. 왜? 무려 수십 년을 하라는 대로 하는 일을 거뜬히 해내면서 살아내는 직업을 거쳐왔다는 것이 확실한 증거이다. 위 두 번째가 현실에서 부딪힌 문제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인지가 지닌 여러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입문했다는 것이다. 하여 평생 해오던 완숙 토마토 보관법을 컴퓨터의 인터넷에 물은 것이다.
내가 나를 버려가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되도록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손수 익혀 경험으로 쌓은 후 디지털로 들어서라!"
"디지털은 수없이 많은 양의 정보를 쏟아내되 참과 거짓의 분별 과정을 확실하게 거치지 않았다."
"연륜이라는 것이 있다. 고래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 생활 방식 등을 몸에 익히면서 살아낸 사람의 지혜이다. 가장 큰 우리 생활의 기둥으로 여겨야 한다."
를 외치고 또 외치면서 살아온 생활이 얼마인데 왜 내가 이렇게 생활하고 있을까.
돌아서려고 보니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또 많다. 아날로그에 의존하려 하니 신체가 옛 같지 않다. 페인트 칠을 며칠 했다고 손목이 욱신욱신하다. 무슨 대회에 제출하겠다고 글씨를 몇 날 며칠 썼더니 평생 써 왔던 오른쪽 중지 손가락의 펜을 지탱해 주는 첫째 마디의 연골에 통증이 느껴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양쪽 눈이 뻑뻑해져서 양 손바닥을 부딪쳐 열을 낸 후 눈두덩이에 열을 세면서 붙이고 떼는 일을 해야 한다. 지금은 또 사라졌지만 잠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켜는 기지개 끝 오른쪽 발에 경련이 일더라.
몸이 내 맘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원인이었을까. 우선 몸을 돌봐야겠다. 나, 고혈압 경계선에 있다는 의사의 판단을 깡그리 무찔러주지 않았던가. 그것도 유튜브 독학으로 꾸준히 실천하여 혈압을 정상으로 복귀시키지 않았던가. 그래, 최근 조금 엉성해졌지만 부지런히 실내운동 여섯 종목 한 세트를 열심히 하자. 그럼 마음도 부드러워지겠지.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 자신에게 공포스러움을 느껴 나를 학대하는 일은 줄일 수 있겠지. 그래그래, 여전히 내 손맛은 살아 있어 최근 초대되어 우리 집에 온 후배들이 내가 만든 소스를 맛보고 감탄하지 않았던가. 지금껏 살아온 나를 소중히 여기자. 내 안에 들어있는 세상사는 방법을 뭉개지 말자. 내 연륜 속 아름다운 경험들을 밑바탕으로 사는 습관을 그대로 밀고 나아가자.
어쨌든 완숙 토마토는 뒷베란다에 고요히 모셔져 있다. 물릴 위험이 있대서,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이 심하게 감해질 수 있다는 어느 블로거의 주장을 받들어 나, 정성을 다한 조치를 취했다네. 엔틱 버전에(지금 이 시절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옻칠 비슷한 칠이 되어있는 쟁반에 줄지어 앉아 있다. 바닥에는 새하얀 키친타월을 깔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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