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를 읽었다.
그곳에서 참 좋은 시를 발견했다.
처음 접한 시였다.
미국 시인 '골웨이 키넬'의 시 "봉오리"
봉오리
골웨이 키넬(1927~2014)
봉오리는
모든 만물에 있다.
스스로를 축복하며 피어나기 때문.
그러나 때로는 어떤 것에게 그것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가르쳐 주고
봉오리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로, 손길로 다시 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 사랑스럽다고.
그것이 다시금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꽃을 피울 때까지.
프란체스코 성인이
암퇘지의 주름진 이마에 손을 얹고
말로, 손길로 땅의 축복을 내리자
암퇘지가 흙으로 늘 지저분한 코에서부터
먹이와 오물로 뒤범벅된 몸통을 거쳐
영적으로 말린 꼬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길고 육중한 몸을 앞뒤로 전부
기억해 내기 시작한 것처럼.
등허리에 튀어나온 단단한 등뼈에서부터
그 아래 크게 상처 입은 심장을 거쳐
전율하며 꿈결처럼 젖을 뿜어내는
속이 다 비치는 푸른 젖가슴에 이르기까지
그 열네 개의 젖꼭지와
그 아래서 그것들을 물고 빠는 열네 개의 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길고 완벽한 사랑스러움을.
《골웨이 키넬(1927~2014)》
- 서정적이며 희망을 주는 시
-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
- 영미시를 지배한 현학적인 시풍을 벗어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시
- 다른 시인들이 시적 기교에 치중할 때 삶의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낸 시인
* 시의 원제는 <성 프란체스코와 암퇘지>이다. 음악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써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골웨이 키넬(1927~2014)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오래된 제재소 마을에서 스코틀랜드 이민자인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언어가 가진 울림에 예민해 시를 외우며 마을 분위기와 동떨어진 내성적인 유년기를 보냈으며, 결국 시라는 ‘언어의 제재소’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영미시를 지배한 현학적이고 기교적인 시풍에서 벗어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이해하는 깊이 있는 시를 썼다는 평을 듣는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지 못하는 것보다 본래의 나로 살지 않는 것이 더 치명적이다. 나에게 필요한 일은 꽃봉오리에게 하듯이 “너는 사랑스러워!” 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봉오리를 발견하는 일이다. 자신에 대한 축복은 모든 축복의 근원이다.
- 류시화.『시로 납치하다, 인생학교에서의 시 읽기 1』p.231』
*. 아래 시인에 대한 해설과 류시화 시인의 책 속 글은 아래 기사에서 옮겨 왔다.
봉오리* / 골웨이 키넬 - <백제일보 홍수연시인 기사입력 2022-09-06>
- 시인의 시를 본격적으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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