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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주저앉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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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은 꿈

 

어디일까. 내 필름에 담은 날은 멀지 않은데, 글쎄다, 기억이 통~

 

 

긴 머리카락 휘날리면서 걷는다

앞 그림자 오글오글 쭈뼛쭈뼛

뒤 몇은 상시 대기 중

바람 녀석 빛나는 내 볼에

머리카락 몇 잎 부착

거친 입김으로 확확 불었더니

대기 중

깃발을 짊어진 한 녀석 순조로운 호흡을 위한다며

턱에 마사지 몇 번

맞은 편에 달려오던 고급 차량

몸뚱이 뒤덮은

명품 천 뭉텅이 핥으며 지나가고

뒤에 있던 또 한 녀석 고래고래

급살 맞을 놈

그가 조작 중이던 먼지 제거기는

엉덩이를 꿰뚫고 말았다

고급 세단의 한 가운데 빨려 들어간 것은

거죽 아니면 살덩이

길은 끝없이 펼쳐지는데

나는 여분의 천 조각으로 엉덩이를 가리느라

바쁘다 머물 곳은 발견되지 않고

곳곳 으슥해지자 상시 대기 중이던 뒤뜰 인파

앞으로 달려와 스크럼을 짜네

누우시지요

밤이 깊었습니다

하늘을 이불 삼아 저희 팔 요람 삼아

잠의 세계로 떠나시지요

안녕히

다만

영원한 인사는 하지 마세요

 

 


기형도의 시 '빈 집'을 읽으면서 하루를 꿰맸다. 터진 곳의 너비가 광대했고 그 깊이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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