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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꿈
내 즐겨 읽던 시를 쓰던 시인이 그랬다네
어릴 적 놀이
사회과부도를 펼쳐
이곳저곳 나라 찾기였다고
이 나라 저 나라 찾아 징을 박은 눈으로 살피면
이 나라 저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 한껏 펼칠 수 있었노라
지도의 축척을 계산하면서 모아진 힘
내장을 채울 수 있게 해 주더라고
언어를 버무리는 힘을 만들어주었노라고
사람의 영혼들 쓰다듬게 주더라고
문학이라는 나라 거창한 지도를 만들게 되었노라고
세상사 살피면서 살 수 있게 해 주었노라고
당당하게 자신을 내세워 살게 되더라고
하여 나도 지도를 샀네
나도 여러 나라 곳곳에 깃발을 세웠다네
아 그럼 나도 어느 날이면
글자를 나열해 내는 저울질로 끼니를
꽉꽉 채울 수 있으려니
무지갯빛 찬란한 나라 거뜬히 셈할 수 있으려니
한데 어느 날 내 시인
내 영혼을 보살피던 시인
내게 단 한 번 작은 기침소리도 주지 않은 채
그만 펜을 접혔다네
아니 펜을 접겠다네
한때 생을 지탱해가고 있었던 나의 지도
이삿짐을 사는 주인님에게
가위질을 당하지 않을까 벌벌
사람의 손 두려워 눈빛마저 떨군
눈치 빠른 나는
애써 진정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시인도 그렇고 그러하더라고
싸던 짐 버무리다가
이곳은 마감일지언정 저곳 삶은 아직 있으려니
한 칸 옹색하게 부피 세워 마련하니
지도의 꿈 한주먹 앉혀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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