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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붕어빵 대형 붕어빵 몇 달 되었다네 퇴근길에 발견한 새로 생긴 가게 간판에서 읽은 낱말 대형 붕어빵 눈꼬리 이리저리 비틀어가면서 가게 내부 들여다보니 희부연 눈빛의 손님들 기다리고 있는 붕어 먹어보고 싶었다 한양 사는 언니와 통화 중에 확 눈에 들어온 간판 문구 대형 붕어빵 대형 붕어빵 있네 먹어보고 싶다야 먹어볼까 어서 먹어라야 먹고 싶을 때는 눈치코치 보지 말고 먹어라야 용기 백배하여 가게에 들여놓은 발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 열에 가까운 목록 팥 붕어 치즈 붕어 사라다 붕어 피자 붕어 치즈 붕어를 골랐네 대형 대형이라더니 내 늙은 손바닥 정도 대형이지 못한 대형 붕어빵 중형이라면 모를까 너무 했네 치즈 대형 붕어빵이 이천원 아까웠네 세상에나 진짜도 아닌 가짜 붕어가 이천 원이라니 집에 돌아와 눈물 머금고서 .. 더보기
페이메이르 그리고 고흐 요하네스 페이메이르 그리고 고흐 유튜브 에서 전원경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충분히 늦은 아침을 시작했다는 거다. 엊그제 시청했던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알고리즘을 작동시켰을까. 아니다. 다른 유튜브에서 여러 도시를 강의한 이 전원경 교수의 강의에 그만 뿅 가버린 것이 이유이리라. 그녀는 어떤 댓글처럼 강의 내용에 참 어울리는 모습이면서 목소리였다. 상대를 끌어들이는 강의였다. 오늘 그녀의 강의는 고흐. 그리고 페이메이르. 고흐는 고흐인데 페이메이르가 누구람? 그래, 내가 본 영화 속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작가(화가)이다. 나는 가끔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고흐와 엮어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왜 고흐만 최고일까, 왜 그 아름다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저 혼자만 유명세를 탔는가... 더보기
비둘기야 비둘기야! 노래 '비둘기'를 부르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내 좋아하는 그룹 '크라잉넛'의 노래 제목 '비둘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 아니다. 크라잉넛의 노래가 아니다. 내가 그들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아, 비둘기야, 비둘기야. 이를 어쩌란 말이냐. 온몸이 축 처진 채 퇴근했다. 오늘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일이 한 가지 생겨서 일을 머릿속에 지고서 길을 걸었다. 분명 축이 없는 불안한 걸음걸이였을 거다. 집에 들어와 보니 실내 기운이 이상했다.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 보았다. 거실 앞 베란다의 오른쪽 옆, 에어컨 실외기 쪽을 보니, 아, 문제가 터졌다. 4월 초부터 잔뜩 긴장했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요 며칠 베란다를 내다보는 것에 정성이 없었나 보다. 아뿔사! 비둘기 한 쌍이 일을 저질.. 더보기
작가님은 작가님 글과 닮았나요 "작가님은 작가님 글과 닮았나요?" "엥? 이게 뭔 소리? 내가 내 글과 닮았느냐고?" "어떤 나?" 이 모호한 문장으로 덤벼오는 질문에 나는 순간 아찔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나를 닮은 나의 글이 되겠다. 나 같은 글이 되느냐니, 이게 무슨 일인가? '나'로 머무는 것이 싫어서 조잡하고 허술하지만 매일 한 편씩 글을 쓰는데 나를 닮는 글이냐고 물어오면 나는 어떡해야 하는가. 한편 얼마나 고아한 문장이냐. 제 글을 닮은 사람. 자기 자신을 닮은 글. 서로 아름드리 호환이 가능한 글을 마음 편안하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앞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멋진 나를 닮은 아름다운 글을 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솔직한 마음이다. 내가 추구하는 당당한 삶. 그런 내용이 담긴.. 더보기
보타지다 보타지다. 내 어머니는 늘 보타졌다. 아들 넷, 딸 넷의 여덟 자식에 두 살에 만난 막동이 시동생에 열살 안팎 남여 시동생 둘까지 셋을 길러서 혼인까지 시키셨던 삶의 내 어머니. 평생 사람 길러 사람 만드는 일로 사신 내 어머니는 늘 보타지셔야만 했다. "아이구머니나. 왜 이 일이 이리 됐다냐."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는 어쩐다냐." "저렇게도 험하게 될 줄 어찌 알았겄냐. 이것을 어찌할 거나. 꿈에 생각 못했다야." "아이, 이것 이렇게 하면 제대로 되겄냐?" "그것, 그렇게 해서는 안 돼야. 이리저리 손 좀 봐야지. 저렇게 놔두면 어찌 되겄냐?" "어찌해서 좀 만사형통하면 얼마나 좋을까이." 좌불안석 속에 매일, 매 순간 릴레이로 이어지는 무수한 일들. 옆에서 보는 어린 나도 정신을 차릴 수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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