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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가리 가리  오늘 11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때. 이쯤 되면 어렴풋이 들려오는 낱말이 있다. 아니 조금 지나고 말았는가. 양력 시월 말쯤이어야 했는데 말이다.  어느 가을 한 중간의 날이었다. 거나하게 술 드신 우리 아버지, 아침 일찍 멋지게 차려입으시고 읍내에 나가셨는데 아직 뜨거운 열 품은 해 한참 남아있는 때에 귀가하셨다. 보기 드문, 좀처럼 이른 귀가셨다. 이런 날이면 아버지는 꼭 노래를 부르면서 대문을 열어제치셨다. '가리가리 낯가리 둥가리 둥둥 쌓인다.' 가을 추수 시기가 되면 아버지의 목소리가 더더욱 힘이 넘쳤다. 리듬의 변화도 가지각색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창작하여 내뱉으시는 듯한 노랫말도 애절과 한탄과 기쁨 등이 버무려진 종합 세트였다. 추수 후 새 나락 등급을 매기는 공판일을 기대하셨으리라. .. 더보기
지앙부리지 말아라 지앙부리지 말아라.  갈수록 사는 것이 힘들어진다. 당연하다. 세상에나 이 나이에 힘들다니. 세상살이 힘든 것에 무슨 나이며 때가 있으랴마는 내 나이를 생각하니 한편 슬퍼지기도 한다. 가끔, 차라리 무슨 지앙 부리 기라도 하고 살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삶이 무던하고 재미없었다는 것. 교육 덕분이리라. 우리 엄마 늘 그러셨다. 오직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사신 우리 엄마."으짜든지 지앙부리지 말고 살아사 쓴다.""무슨 지앙?" 대농의 막내딸로 산 나는 궁핍 속의 풍요를 살았다. 모두가 못 살던 때를 살았으므로 궁핍의 시절이었다. 그중 그래도 교육을 받았으니 풍요로웠다. 지앙부릴 일이 없었다. 한국인의 표준을 살았다. 조용히, 고요히! 그러므로 그럭저럭! 하여 지금 생각해 보면 무지 재미없는 생이었다. '내.. 더보기
귀장 歸裝 귀장2 歸裝   '귀장할 준비를 잘 하자'고읽고 있는 책에서 읽었다. '귀장'은 '歸裝'이라는 한자어이다.무지 낯설다.  요즘 자꾸 처음 만나는 낱말이 잦다.가을 스산해지는 기운의 켜가 굵어진다. 오늘 만난 낱말 '귀장'은 특히 내 지나온 삶이 아련해질 만큼 오싹하면서도 한편 당연히 만나야 될 낱말을 이제야 만난 것처럼 두툼한 정이 느껴진다. 낱말이 담고 있는 의미 덕분인지 발음해보는 사이, 틈에 고상함까지 느껴진다. 나와 이미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는 뜻일 게다. 그래. 귀장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때가 (나이가) 되었다. 매무새를 튼튼하게 꿰매어 최선의 방법을 택하여 귀장을 준비하자.  귀장 2 歸裝명사1. 돌아갈 차비를 함. - 에서 더보기
군입정 거리 군입정 거리 낯설다. 며칠 전 어느 책을 읽다가 만난 어휘이다. 세상에나 이곳저곳에 묻는 지극 정성을 행했음에도 어떤 책에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어쨌든~, 물어서 알아보고 검색해 보고 또 생각해 보니 알 듯하다. 어쩌면 어릴 적 어른들이 쓰셨던 기억도 있다. 에서 검색하여 일부 편집- 군입 - 아무것도 먹지 않은 맨입.- 군입정  ^ 때도 없이 군음식으로 입을 다시는 것  ^ 위의 행위를 낮게 표현해서, '그런 짓'을 ‘군입정질’이라고 한다.  ^ 줄여서 ‘군입질’이라 한다. 즉 군입정질 = 군입질  ^ 다시 군입정질 : 시도 때도 없이 군음식으로 입을 다시는, 그런 짓 = ‘군것질’과 비슷한 말= 보통 군것질은 정상적인 끼니 외에 먹는 것을 말하는 데 비하여 ‘군입질’은 말 그대로 끼니를.. 더보기
굿것 굿것 굿것? 처음 읽는 낱말이다. 생경하다. 무지 낯설다. 내가 '굿'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 낱말을 처음 만나다니.하고 세세히 읽어보니 '도채비'란다. 도깨비. 헐~ 내 어릴 적 풍경 한 컷을 차지하고 있는 도채비. 도깨비를 말한다. 우리 아버지, 도깨비에 홀렸던 날(?)이 있었다.ㅎ 나는 진짜로 믿었다네. 성인이 되어서도 한참을 믿고 있었다네. 우리 아버지 젊은 시절 어느 날 밤 도깨비에게 홀렸다고. ㅋ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줄곧 궁금했다. 완벽 그 자체인 우리 아버지를 해쳤다니. 우리 아버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오셨던 그날 이후 나는 상당 기간 밤마다 도깨비와 싸워야 했다. 꿈 속에서. ㅋ 어떤 공부를 하는데 시험 문제에서 등장했다. '굿것' 해설이 너무 재미있었다. '도깨비'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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