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것
굿것?
처음 읽는 낱말이다. 생경하다. 무지 낯설다. 내가 '굿'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 낱말을 처음 만나다니.
하고 세세히 읽어보니 '도채비'란다. 도깨비. 헐~
내 어릴 적 풍경 한 컷을 차지하고 있는 도채비. 도깨비를 말한다. 우리 아버지, 도깨비에 홀렸던 날(?)이 있었다.ㅎ
나는 진짜로 믿었다네. 성인이 되어서도 한참을 믿고 있었다네. 우리 아버지 젊은 시절 어느 날 밤 도깨비에게 홀렸다고. ㅋ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줄곧 궁금했다. 완벽 그 자체인 우리 아버지를 해쳤다니. 우리 아버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오셨던 그날 이후 나는 상당 기간 밤마다 도깨비와 싸워야 했다. 꿈 속에서. ㅋ
어떤 공부를 하는데 시험 문제에서 등장했다. '굿것' 해설이 너무 재미있었다. '도깨비'란다. '굿것'이. 이곳저곳 찾아보았다.
'굿것'은 15세기 문헌에서부터 '귓것'의 형태로 나타나 있다. 이것이 현대국어에도 이어진단다.
'귀(鬼) + ㅅ + 것' - 합성어.
'귀신, 마귀, 도깨비'의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즉, '귀신'의 순 우리말.
제주도에서는 현재도 욕설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귓것아! 어이그, 저 귓것! 내 귀에는 전혀 욕설로 들리지 아니하니 이것 참~, 재미있는 놀잇말 같다.
굿것의 귓/굿(鬼)와 통하는 것으로 '굿'은 무당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춤과 노래로 인간의 길흉화복 운명을 비는 의식이란다. 그러고 보니 굿을 할 때 치는 장단이 '굿거리'이다.
* 귀신은 원래 유령 등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초월적인 현상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또 귀신은 귀와 신으로 구분하였는데 음의 조화를 귀, 양의 조화를 신이라 하였다. 일본이나 중국은 '귀'와 '신'을 구분하여 쓰는 반면, 우리나라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귀와 신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악한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