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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가을 안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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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안부 1

 

오늘은 이러한 가을이었습니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차창에 임시 집을 차린 나무들과 사물들

어떤 방법으로든지 터를 마련하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당신의 거처 떠올릴 것 같습니다

당신 글에서 냄새 맡은 가을 기운 때문입니다

고지를 향해 가쁜 숨 오르던 온도계의 수은

그 높이가

힘에 부쳐 하락의 기운 위에 이미 올라섰는데요.

사람의 기질은 어김없이 자연 어디 세들어사는 것이 기본 예의이므로

혹 몸 안 좋으신지요

여쭙니다

조심스럽게 여쭙니다 

며칠 당신의 글을 읽을 수 없어서요

진즉 만났던 글이나마 몇 읽고 가려고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십시오

길지 못한 문안 인사로 가을을 덮습니다

비둘기들 살림 차리러 오면 어떡하지 싶어 쟁여놓은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장소 쪽 화분들에게

몇 꽃이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다

한껏 뽐내는 고운 맵시 한참 들여다보는

오전이었습니다

점심에 생을 기대는 시각입니다

무게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가벼운 여름 일상복으로 아직

가을을 버티면서

선생님의 가을 안부를 궁금해하는 시각입니다

갑작스레 하강한 기온이 낯설어서

파랗던 하늘이 살짝 불투명 잿빛 그늘을 

꾸린 오후입니다

문장으로 오갈 수 있는

사람들의 관계가

이렇듯 황홀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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