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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는 가을
사람들이 그랬다
사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오후라고
해는 시들면서 금요일로 가는 길목이라고
덕분에 시를 당겼다
살 만한 날이라면
당연히 시 한 편쯤 읽고 외우는 것이어야 사는 것이라고
지극히 사람이 할 짓이라고 여겼던
시절이 떠올랐다
남을 위한 시를 우선 챙겼다
가을 관련한 시였다
시 속에 이미 낙엽이 빈사 상태였고
말라비틀어진 줄기는 그나마 가진 것을 모두
금전으로 환산하지 못한 채 흔들거리고 있는 자기 몸통에게 헌납한 후였다
바스락거리되 아우성 칠 수 없음을 하소연하지 못한
빈사 상태의 시월은
빌어온 가을을 펜 끝에 모아주었다
내가 읽을 거리라면 가을은 절대 아니다
계절은 더더욱 아니며
하루 일상을 바치는 것에 그칠 일이었다
붉은 기운과 노란 기운의 화음이 차마 불협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잘 참아냈다.
내가 읊으면 이미 날 선 칼로 재단한 염불이리니
그저 고요히
가는 세월을 붙잡을 명목이었기에 더욱 슬펐다
사람들에게 나누기 위한 시가 가을이었으므로
내가 나를 위해 누리고 거들어야 할 육신은 가물가물 빙초산을 들이마신 후
줄곧 써 내려가는 나의 시는 어느 날, 어느 계절을 위한 노래일까
서툰 가을이 내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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