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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그제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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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노을

 

 

그제 노을 1

 

 

 

연붉음 노르스름한 가을 높이 위로 눈을 내려놓고서

아침 출근길

벌써 해진 마음 다스렸던 날

그날 오후

저녁으로 접어드는 시각의 한 남자는

옅붉은 주홍으로 하루를 접는 노을과 함께하고 있었단다 

 

내가 가을을 이야기하자

그는 대뜸 공중으로 사진을 전해왔다

나는 맞대응의 법칙을 적용했지

온전한 태양을 원한다

그도 적시 타전을 해왔어

이것만으로 충분해

더는 구하지 말라

더는 요구하지 말라

더는 기대하지 말라

분에 넘치는 심층의 숫자를 바라지 말라

 

나는 이내 고개 수그렸고 하늘은

내게 만만해하지 말라며 바람을 몰고 덤볐다

퇴근길 예정되어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도 있어 다행이라 여기면서

낱낱이 꿰어물어 분해하지 않은 물음으로

그가 내건 한계선상에 기꺼이 입을 맞췄다

이만하기를 다행이라고 여기자

단 두 장 사진의 안부라도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허덕일 때 그는 읊는

숨 돌릴 시간을 만들자

고요 속으로 잠시 침잠하여

우리 몸뚱이를 토닥여 보자

우리가 지닌 부피 위에 놓인 영혼의 둘레라도 측정하면서

교집합의 충전을 가리키는 숫자를 찾아보자

노을을 보자

우리 생이 매일 정리되는 순간들이다

 

 

그제 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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