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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겁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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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게

 

이곳이 한양은 아니구나. 어쨌든 한양에 간다.

 

 

“와, 겁나게 많다야. 오지다야, 오져!”

우리 엄마, 가끔 이렇게 기뻐하실 때가 있었는데, 언제였더라! 아마 뭔가 수확하는 날이면 그 끝에 하시던 말씀이었으리라. 꼭두새벽부터 하던 일을 모두 끝마치고 그 결과 손에 혹은 눈에 들어오는 결과에 만족할 때 하시던 말씀이었으리라.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설마 저 정도가 무슨, 역사적으로 만족스러운 일인가 싶을 때 우리 엄마는 매우 기쁜 날일이셨을 거다. 늘 고요한 가운데 사셨으니 하찮은 일일지언정 우리 엄마에게는 대단한 일로 생각되었으리라. 어떤 날은 그리 커다란 기쁨이 아니더라도 늘 펄펄 끓고 있을 자기 속마음을 환하게 드러내놓고 싶으셨으리라.

 

나, 오늘, 겁나게도 힘들 것이다. (‘겁나게’를 쓰니 맞춤법에 어긋나고 ‘겁나게도’를 사용하니 맞다. 이것은 왜?)

내일은 나도 위 문단의 문장 속 우리 엄마처럼 겁나게도 오진 날 만들어서 겁나게도 알찬 하루 만들어야지. 한양에 간다. 당초 오늘 출발 예정이었으나 내일 새벽으로 변경되었다. 한양 사는 이가 코로나에 걸렸다. 이것, 함께 자, 말아?

 

‘겁나게’는 ‘겁나다’가 기본형이 아닐까. 검색하면 ‘매우’의 남도 방언으로 나온다. 내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겁나’, ‘겁나다’, ‘겁나게도’ 등으로 펼쳐 사용되었던 듯싶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겁나 怯懦’는

‘겁나하다’의 어근으로 나와 있다.

파생어는 ‘겁나-하다’, ‘겁나-히’

겁나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하다.

 

겁2 怯

명사

1. 무서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심리적 경향.

겁이 나다.

관용구

겁(에) 질리다

그는 상대방의 몸을 보고 잔뜩 겁을 먹어서 기를 쓰지 못했다.

괴물 그림을 본 아이는 너무 겁에 질려서 얼굴이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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