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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욕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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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봤다!

 

종일 화분 관리로 보냈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하루를 꼬박 식물 관리로 보냈다. 내 자신의 수고에 감사한다. 일을 마치고 허리 쭉 펴면서 자화자찬했다.

"드디어 해냈어! 고생했어. 드디어 사람다운 사람의 일을 했구나!"

 

밭에 나가 종일 일하고 오신 날이면 우리 엄마는 엄마 자신에게 조용히 말씀하시곤 했다. 

"이**, 욕봤다!"

'이**'는 우리 엄마의 이름이다. 엄마는 엄마 스스로 대견해했다. 그리고 1분도 지나지 않아 깊이 잠드셨다. 

 

불면의 밤을 지새울 때마다 우리 엄마의 수면을 떠올린다.

'나는 죄인이다. 어찌 불면이란 말이냐. 얼마나 몸 아끼면 하루는 보냈기에 불면이냐.'

 

오늘, 드디어 나도 '모전여전'이라는 사자성어를 실천에 옮겼다. 뭐냐고? 며칠 후 사진과 함께 올릴 것이다. 오늘 했던 일의 결과물을!

 

자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은 우리 엄마처럼 눕자마자 잠들 것이라 예상한다.

 

어서 자자. 내일은 또 한 주의 시작일이다.

 


욕봤다

- 여러 뜻이 있다.

- ‘고생하다’, ‘수고하다’,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의 남도 방언

- 윗사람에게는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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