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 그리고 결제
- 연휴 끝 이른 출근, 내 방의 문을 열자마자 오늘 결재 올려야 할 문서가 있나 살핀다. 슬픈 현실. 새벽 냉수욕을 하면서 오늘 출근해서는 꼭 시 한 편을 외우려니 했는데~
결재판을 만지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결재'와 '결제'를 구분 못 하는 경우가 많더라. 특히 한자 교과가 정식 학교 교육 과정 필수 이수 교과에서 빠진 지 꽤 오래되어 요즘 신세대는 한자어에 낯설어한다. 최근 일터 후배에게서 들은 하소연도 있었다. 오늘 이 두 낱말의 개념을 정확히 하자.
결재(決裁) : 결단할 결, 마를 재)
- 상관(上官)이 부하(部下)가 제출(提出)한 안건(案件)을 재량(裁量)하여 승인(承認)함.
어휴, 사전에서 검색한 낱말 뜻이 어렵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이 내놓은 의견을 살펴본 후 그대 뜻대로 하라고 승인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위 ‘재(裁 : 마를 재)는 '마르다'는 뜻이다.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마름질. ‘옷감을 가위로 치수에 맞게 자르다’는 말이다. 즉 옷감으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옷의 형태를 표시한 다음에 혹 있을지도 모를 오류 등을 생각하여 옷감을 여유 있게 잘라 준비하는 것을 뜻한다. 일종의 예비 작업. ‘아무렇게나’가 아니다. 정상적인,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질 작품을 전제한다. 그러므로 결재(決裁) : 결단할 결, 마를 재)도 주제에 맞게 제대로 된 작업 혹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일을 진행하는 방법 및 절차에 대한 구상 및 계획을 승인한다는 것이다.
결제 (決濟 : 결단할 결, 건널 제)
- 결정(決定)하여 끝맺음.
- 증권(證券) 또는 대금(代金)의 수불(受拂)에 의(依)하여 거래(去來)를 청산(淸算)하는 일.
이때 제(濟 : 건널 제)는 ‘물을 건너다’. ‘돈을 쓰다’. ‘구제하다’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구제(救濟), 제도(제度), 제주도(濟州道)에 쓰인다. 여기에서는 ‘돈을 쓰다’가 가장 가깝겠다.
자, 내가 오늘 내 윗사람에게 어떤 주제에 대한 내 의견(계획, 실행 방법, 예상되는 결과 등을 담은)을 문서로 작성한 작업을 올리는 것은 결재(決裁) : 결단할 결, 마를 재)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