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을 어루만지면서
잔뜩 움츠린 몸사위
그대로 웅크릴 수 있다면
등줄기 서린 경련 만나지 않고
우선 비위 뒤틀리지 않고 숨쉴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어릴 적 고향 집 토방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던 개미들의 등짐
어루만질 수 있는 곡선의 편안함을
마련하고자
꼭꼭 숨겨둔 공간입니다
가끔
아주 가끔
그곳 둥근 자유 안에
어설픈 몸뚱이 눕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 아침 이른 출근길의 장대비와 함께 했습니다
황송스러움이 느껴질 만큼
웅장한 아침이었습니다
빗방울의 모임이 웅장하다니요
폭포 물 마구잡이로 쏟아지듯
죽죽 퍼붓던 여름
종횡무진하던
어느 촌부 논두덩이 안부의 길이
떠올랐습니다
긴 호흡의 아름다운 글을
당신의 방에 가서 읽고 올 때면
어서 내 눈 앞에 펼쳐놓은
민망한 현실을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등이 휘어집니다
뇌세포들의 알갱이가 아우성을 칩니다
탈출을 꿈꾸는 의식의 회로를 붙잡으면서
차라리 일탈을 행하는 것이 낫다고
허황되기에 차라리 빛이 나는 문장을 얹어봅니다
작은 벌레 밟히지 않게
비워뒀던
마지막 시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나의 하루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힘 마련할 수 있기를
가만 소원합니다
- 언제였던가. 나의 블로그 친구님(이라고 내가 여기는)이신 '마음의 행로'님의 시 '발바닥 가운데가 왜 오목한지'를 읽고 댓글로 입력할 글 끝을 그대로 내 블로그에 데려와서 나의 시로 편집하였다. 정작 '이것이 시?'라고 물어오는 이들이 있으면 나는 강력한 어조로 내배앝으리라.
'그럼 니가 써 봐!'
용서들 하시라. 괜한 소리이다. 이 개발새발 억지를 귀엽게들 봐 주시라. 늘 아름다운 글을 읽게 해주시는 '마음의 행로'님께 감사드린다. 그곳을 다녀오면 나도 정말 시가 쓰고 싶어진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