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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깨깟해야지야 깨깟해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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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깟해야 지야 깨깟해야 쓴다."

 

이토록 맑은 심사로 남은 생을 살고 싶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오늘은 구월 스무닷새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새벽 네 시 삼십 분 잠에서 깨어나면서 느꼈던 으슬으슬 기운이 떠올라 여섯 시 기상 알람과 함께 시작된 출근 준비는 비누 없는 얼굴 세수로 그치기로 했다. 

 

스킨을 바르고 로션을 발랐다. 엷게 펴 바른 영양 크림까지 한 단계 기초화장을 마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려니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으려던 찰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냉수욕'이었다. 몸 곳곳 끈적거림이 후끈 솟아올랐다.

'아직 아니구나. 아직 가을이 아냐. 냉수욕을 해야겠다. 개운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오늘 하루의 시작을 가뿐하게 하겠구나.'

입던 옷을 벗어 내던지고 '냉 맹물 샤워'를 했다. 꼬실꼬실 온몸이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사시사철, 대중없이 냉 맹물샤워를 즐긴다. 서너 해 전 한겨울 몸 컨디션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질렀던 냉 맹물샤워로 크게 아팠던 기억이 있어 찬 기운이 대지를 적시기 시작하면 조심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다. 하여 며칠 전부터 이상 기운이 느껴지는 목 상태로 인해 냉 맹물 샤워에 거뭇 거리기 시작했다. 한데 오늘 아침까지도 결국 하고야 말았다.

 

한여름에도 찬물샤워가 쉽지 않다는 사람들인데 내가 이렇게 냉 맹물샤워에 온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깨깟해야지야 깨깟해야 한다."

아마 의식이라는 것이 내 정신에 자리 잡은 이후 줄곧 내게 말씀하시던 내 어머니의 말씀 때문이지 않을까. 

 

'깨깟하다'는 오픈 사전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남도 방언이다. 말 그대로 '깨끗하다'의 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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