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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의 앞을 지나서 뒷문으로 나오고 싶었을까
뒷문 출입이거든 뒤로 드나들어야 맞을 텐데
보려는 이 있어도 눈에 띄지 않게
사뿐 걸음걸이 고요했어야 하거늘
사람살이 그 흔적 지우기라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거늘
어쩌자고
나는 왜 굳이
그의 앞을 휘둘러서 그의 그림자라도 밟아보려고 했을까
그의 동맥을 흔들고
그의 정맥 줄기를 놀라게 하고
그의 모세혈관을 이루는 가는 실핏줄에
나 다녀간다는
나 건너간다는
나 결국 그대를 두고 멀리
저 머얼리 가게 되었다는
인사를 서툴게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래 전 다짐한 이별이므로
기어코 질긴 역사를 남기고 싶었을까
나는 버젓이 앞문을 거쳐
그의 앞을 지나서
뒷문으로 난 길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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