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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달이 뒤흔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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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뒤흔든 밤

 

 

어제, 강을 사는 남자가 보내온 달

 

 

아직 초저녁이었다

열에서 하나가 부족한 시각, 술시.

 

정작 밤의 문을 열기 전

강을 품고 사는 한 사람이 달빛에 젖은 달을 보내왔다.

내 침실은 달이 맘만 먹으면 내 온갖 것을 들고 날 수 있는 곳

커튼의 닫고 열림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빛을 이고 들 수 있는 곳

애당초 달의 기운을 외면할 수 없음을 알았다

강을 사는 사람이 보내온,

그가 사는 곳의 달을 차마 버리지 못했다.

달은 강을 살고 있었다

땅으로 보내져 제 설 곳을 감당하지 못하는 달의 기운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달을 안고 몸을 뉘었다

나의 달도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질 수 없다고 했다.

안고 있던 달,

품고 있어야 하는 달.

두 생을 보살피느라

밤새 부산스러웠다

 

넘어야 할 강을 건너지 못한

한 사내의 혼을 묻어야 했다.

내 품 안의 달을

제 지내야 했다.

 

<후주>를 붙여왔다.

 

어젯밤 찍은 보름달.

 

두보의 여야서회<旅夜書懷>시에

'月湧大江流(월용대강류)'란 구절이 있다.

흐르는 큰 강물엔 달이 출렁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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