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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을 굽는 밤
아침녘이면 솔솔
제법 찬 바람 냄새가
뱃잔등 위에 내려앉았다.
사람 따라 기운이 가고 있다고 했다
흙 한 줌을 바랑에 기워 수레에 실은 채
낮밤을 흐르고 있다고
꿰맨 문자들이 뒤따르고
고리 끼운 책자들이 둥둥
땟국물이 쩐 대기 위를 부유하고
철학은 제 자리를 잡지 못해 공원 한 구석에
몸을 쭈그린 채 비린내를 풍기고
외면하고 외면당하느라 정면을 바라볼 수 없는 시간
사람들은 자꾸
물도 없는 바다를 떠돌기 위해
뗏목을 구워야겠다고 핏대를 세워 말했다
술 취한 채 벌이는 정사는
당연히 고꾸라진 말이 된 채
픽픽 쓰러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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