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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택배 상자에 모정을 담아 보냈다
우체국에 들러야 했다
군인 아들이 엄마를 보내란다
택배 상자에 넣어 보내기로 했다
어린 왕자의 힘을 빌기로 했다
왕자는 너무 말라 있었다
내 심장 저 아래 구겨진 채 담겨 있는 것 바삐 꺼내
왕자의 어깨에 얹었으나
내가 마련한 나
마련한 상자의 크기가 대자였다
아무리 움직여도 나의 부피는 늘려지지 않았다
내 아들의 어미를 담은 상자
빈구석 너무 커서
담긴 나의 심장이 그만 상자를 뚫고 빠져나오면 어떡하지
빈틈 안 되는데
그렇잖음 오랜만에 만난 제 어미의 정
이내 얇아지고 말았다고 서운해할 텐데
우체국에 마련된 과자를 사서 넣었다
한여름인데 이것
여기 함께 담아 보내도 괜찮을까요
괜한 트집으로 내 부족함을 덜어내느라
어린 왕자의 머플러 도착할 때까지 상하지 않을까요
때가 묻으면 안 되는데요
혹 오염되면 어떡하지
화장기 없는 처녀 우체국이 답했다
당신이 담아 보내는 고귀함의 강도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부패할 것 같으면 발효시켜
당신이 당신 아들에게 먹이곤 하던
당신이 손수 만든 요플레로 도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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