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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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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오늘 퇴근길에 본 고양이가 지난해 필름에 담아둔 이 녀석을 꼭 닮았더랬다.

 

 

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당신의 왼발 외진 그 귀퉁이

 

생명체인 듯 아닌 듯 주저앉아 있는 구석진 곳

 

싱거운 새끼발가락을 따뜻하게 감싸곤 했던

 

부실한 사람의 온기

 

지난겨울 당신이 쏟아붓던 그 정성의

 

만 분의 일 만큼만

 

그만큼만 떼어내어 제게 건네주시면

 

안 되겠는지요

 

우수와 경칩에서 지나와

 

춘분으로 사뿐 걸음하고 있는 지금

 

고만고만한 꽃샘추위에

 

소소한 날카로움 정도에도

 

견딜 수 없다며 하늘을 원망하는 당신들의 그곳

 

오늘 그 옆에서

 

나는 여전히 소한 대한의

 

뾰족 솟은 냉기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여기 가까스로 지탱하는 걸음입니다

 

애꿎은 가시 탱자나무 등걸이라도 주신다면 차라리 어중간한 덩치

 

의지 가지 되는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신의 꽃만 어서 피면 다 된다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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