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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당신의 왼발 외진 그 귀퉁이
생명체인 듯 아닌 듯 주저앉아 있는 구석진 곳
싱거운 새끼발가락을 따뜻하게 감싸곤 했던
부실한 사람의 온기
지난겨울 당신이 쏟아붓던 그 정성의
만 분의 일 만큼만
그만큼만 떼어내어 제게 건네주시면
안 되겠는지요
우수와 경칩에서 지나와
춘분으로 사뿐 걸음하고 있는 지금
고만고만한 꽃샘추위에
소소한 날카로움 정도에도
견딜 수 없다며 하늘을 원망하는 당신들의 그곳
오늘 그 옆에서
나는 여전히 소한 대한의
뾰족 솟은 냉기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여기 가까스로 지탱하는 걸음입니다
애꿎은 가시 탱자나무 등걸이라도 주신다면 차라리 어중간한 덩치
의지 가지 되는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신의 꽃만 어서 피면 다 된다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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