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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짐진 짐에 얹어진 짐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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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진 짐에 얹어진 짐을 들고

 

 

짐, 내 인생의 짐은 언제나 내게서 벗어버릴 수 있을까.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짐진 생을 살지 말자고

어제까지 남 두서 배는 다짐했다

오늘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 있었다

짐은

두고 가면 자칫 수치스러워질 수 있는

내 등 뒤 도깨비 바늘이 되어 깡춤으로 치솟을 수 있는

남의 입살에 콕콕 찍힐 게 당연한 

내 생이 그만 적나라하게 까발려질 수 있는

준 것 없이 미운 이가 될 수도 있는

차곡차곡 쌓이면

마침내 내 영혼을 깡그리 짓밟을 수 있는 

내게 진정 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참담함을 짐으로 싣고 가는 짐진 퇴근길

길은 내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피노키오의 코처럼 

길어졌고

남은 시간은 덩어리로 굳어져서

나의 손발까지 고정시킬까 봐

차라리 횡단보도 중간에 서게 되지 않을까 싶어

바쁘게 걸었다

오랜만에 내리는 봄비가 감질거렸고

나는 내가 지고 있는 짐 부릴 곳을 찾을 수 없어

우산 속에 얼굴을 가리고

부리나케 하루의 끝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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