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창작

해후

반응형

 

 

 

 

 

 

해후

 

 

 

 

 

단지 다시 만나는 것인지

지난 만남이 아쉬워 다시 만나자는 것인지

오랫동안 헤어져있다가 다시 만나리라는 것인지

 

가만

당신을 살고 있는 

당신이 지닌

당신의 몸뚱이를 쓰다듬고 있는

영혼의 속살을 더듬어 보라

 

단 한 번이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나의 이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날 것 안에서 웅크린 적 있었는지

나의 이 모습을 

당신의 기억 속에 저장해두고 있기 위하여

익힐 수 없는 피부 아래 가느다란 호흡을 간직하기 위해

서슬프레 수축된 근육을 웅크린 채

바깥 풍경을 차단한 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다시 몇 날 후

당신 기억 속에 며칠이나 나의 이 모습을 

가둬두고 있을는지

정성 들여 나를 담고 있다는 속 빈 행위를 거짓으로라도 해 달라

당신 속에 내가 얼마나 숨을 쉴 수 있을지

계산 없는 파계승의 막무가내가 차라리 다행이다

과연 당신은 나의 이런 모습이

우주 순환을 위한 

환속의 기꺼운 세례임을 알고나 있는 것인지

 

다시 왔네,

봄.

목련 꽃잎 끝에서 벌써

이지러짐을 약속하는 봄의 어중간함이여

안쓰러운 사람이여.

반응형

'문화·예술 >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상한 봄  (40) 2023.03.20
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25) 2023.03.13
시궁창- 낡은 언어 1  (31) 2023.03.04
이 성을 쌓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25) 2023.03.04
히스 레저 5  (36)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