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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시궁창- 낡은 언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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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

- 낡은 언어 1

 

 

 

 

그곳으로부터 몇 걸음을 남기고

두 손 코 틀어막고 움찔움찔 

엄마 나는 이곳 냄새 징그러워 온몸으로 부산떨면

사람들 살아낸 흔적이 모이는 곳이란다

이 세상 저 세상 목숨 부대낌의 저장이란다

 

걱정마라 

어느 골 넘지 못할 곳이 어디 있겠니

언제는 저 아래 반그늘

노란 꽃 붉은 꽃도 피더라

어떤 날은 깊숙한 그곳에 고추잠자리 날아들어 한참 쉬어도 가고

 

 

시궁창으로 검색하여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또 어떤 날은 아랫돔 사는

우리 마을 큰 일꾼 후리아재 마누라

그 멋쟁이 미인 여자

자기 남편 광산 가서

죽은 것 어서 잊어버리고 싶었는지

 

번쩍번쩍 실크 벨벳 광나는 옷 차려입고

조심조심

쓰고 있던 양산 세워 제 몸 의지하고 건너더라

뒤에 걷던 동산할매 그러셨지

꽃같은 양산 끝 더러운 물 묻어서 어찌할거나

 

괜찮아요 이곳 물은

우리 서방 장화 신고 철퍽철퍽 건너던 길

세상 덮을 만큼 힘 좋던 그 양반

이곳 지날 때면 말했지요

사람 사는 냄새 다 모여있네

 

나 살고 있다는 생각 바짝 들게 하는 냄새네

온갖 것 모두 집합했으니

구성진 소리라도 한 가락 더하면

이 얼마나 오질까나

쑥대머리 귀신 형용이라

 

이쁜 내 마누라

부끄럽다고

내 얼굴 제대로 못 보는

내 이쁜 새 각시

이곳 지날 때에야

 

내 등에 매달려 얼른

건너가자 조를 때면

내 남자의 힘이 장사네

내 귀 간지럽힐 때면

이 세상 사람 중 젤 복 받은 남자

 

탄광으로 검색항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내 마누라 한 몸 되어

업고 뛰고 건널 수 있는 곳

이곳만 지나면

우리 마누라 업을 생각에

내 얼굴 방실방실

 

마누라야 내 마누라야

어서 가자 어서 건너자 하던

우리 서방은 내 서방님은

시궁창 건널 제 내게 입힐 고까옷 사러

하늘로 갔을까 바다로 갔을까

 

 

2023년 3월 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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