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나의 궁합은 왜 이렇게 안 맞는 것일까?
- 대체 왜 그럴까, 왜, 왜, 왜?
급히 컴퓨터에서 ‘민원24’ 창을 통한 일 처리를 해야 했다. 부지런히, 어서 빨리, 남보다 먼저, 보무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맨 먼저 해결하기로 하고 덤볐다. 아니나 다를까. 창을 열어 아무리 내 정보를 입력해도 마지막에 뜨는 작은 네모 창의 글귀는 다음과 분위기의 글귀였다.
‘어쩌고저쩌고 뭔가 오류가 있으니 대기하든지 창을 닫는지 당신 마음 가는 대로 하시오.’
“그래, 그러면 그렇지, 이런~”
요즈음 하도 분노의 어휘를 욕설로 내놓는 경향이 빈번했다는 자기반성이 일어 ‘이런’에서 속마음을 표하는 것을 끝내고 대체 나는, 내가 하는 일은,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디지털 창의 일거리들은 왜 이러는지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제는 제법 능하다고 여겨졌다. 며칠 전 이 일거리가 주어지자 바로 해당 사이트를 연결하여 자료를 빼냈다.
“아, 이젠 나도 제법 디지털 숙련공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겠군.”
한데 한편 문제 해결의 종착역까지, 몇 번 더 인터넷 플랫폼 사이트에 있는 여러 잡것(?)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애써 나를 도닥도닥, 마음의 안정을 시키고자 며칠 노력했다.
‘잘 될 거야. 이번에는 잘 해낼 거야. mz 세대 못지않게 잘 해낼 거야. 이제는 그만하면 됐지.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도 잘 해냈잖아. 얼마든지 알차게 해결해낼 수 있어. 홧팅! 홧팅을 하는 거야.“
내가 들어가고자 했던 정부 산하 ’민원24‘는 처음에는 참 친절했다. 마치 당신 연배의 노익장들은 아마 회원 가입을 진즉 했겠으나 이미 아이디와 비번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 빤하므로 비회원으로도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메시지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나를 제대로 파악한 정부 관계자들이 고마웠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한껏 가질 수 있어 참 좋았다. 한데 정작 붙잡고 있는, 퍼내야 할 일은 처리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마, 열 번 아니 스무 번은 시도했을 것이다. 이미 열려있는 카카오톡 등의 타 사이트가 문제이지 않나 싶어(개인 정보 등의 이유로) 타 사이트들까지 문은 닫았다가 다시 닫고 열었던 회를 더한다면 삼십 번 정도는 되지 않을까.
결국 옆방 후배, 즉 mz 세대의 도움으로 일을 해결했다. 친절한 나의 동료 ‘mz’는 나의 하소연을 듣고 말했다.
‘왜 그럴까요? 저도 오늘 아침에 했는데 바로 됐는데요. 제 컴퓨터에서 해 보실래요?”
“고마워요. 아침부터 미안해요. 바쁠 텐데요.”
바로 해결되었다. 바로 열렸고 입력한 내용을 흡수하여 내가 원하는 장부를 토해냈다. 나의 친절한 ‘mz’는 프린트물을 가져다주기까지 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왜 그럴까. 어쩌자고 이놈의 인터넷은, 디지털은 나를 데리고 놀려고만 하는가. 왜, 내게 공격하기를 즐겨 하는가. 대체 나와 디지털은 왜 이렇게 죽이 맞지 않는가. 왜 이렇게 디지털 녀석은 나를 건드리는 것을 즐기는가. 왜, 왜, 왜? 디지털과 나는 궁합이 안 맞는지 모르겠다. 모를 일이다.
삼십 분이면 끝내려니 했던 이 일은 무려 두 시간 가까이 나를 붙잡았다. 오전 휴식 시간이 깡그리 사라졌다. 부스스 나의 일상이 망가졌다. 늘 살고자, 살아내고자 하는 다짐의 끝이 스스스 풀려버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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