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야무진 크리스마스
늦잠을 잤다. 새벽녘 여러 번 시각을 확인하고 요일을 확인하면서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여덟 시 무렵 다시 한 번 오늘이 토요일임을 확인하고서야 제법 깊은 잠을 삼십 여 분 잤다. 눈을 뜬 채 폰으로 무엇을 검색했던가. 아니다 싶어 영화를 보려는데 첫 화면에 요즘 인기 영화들의 목록에 한국 영화 제목들이 보였고 연결 고리는 영화 '모가디슈'에 가 닿았다. 되도록 빠짐없이 들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거니와 서너 번을 반복해서 보고 듣는 유튜브의 한 채널 덕분이다. 최준영 박사님의 <지구본 연구소>이다.
'모가디슈'라는 영화가 개봉되던 시기였다 싶다. 박사님은 영화를 빌어 와 그 상황의 실제 벌어졌던 일이며 소말리아의 여러 상황을 이야기해 주셨다. 내 피곤한 머리는 너무 빨리 늙어 서너 번이 들은 이야기들을 이미 버리고 오직 영화 '모가디슈'와 '해적'과 '실제 상황'과 남한과 북한의 외교관들이 생활인으로 돌아와서 나누는 이야기일 뿐이다. 말하자면 소말리아의 역사, 내전 등 직접적인 이야기는 별 기억에 없다는 것이다.
곧 방학인데,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 충분하다는 생각과 방학 중 늘 이렇게 늦잠을 자게 되면 안 되지 싶어 벌떡 이불 속을 나왔다. 모가디슈를 검색했더니 드디어 메가에서 무료 전환이 되어 있었다. 늘 '너무 뻔한' 진행의 한국 영화들에 질려 있어 한국 영화 시정을 거의 하지 않지만 최준영 박사님이 들먹여 주셨으니 괜찮겠지 싶어 영화 시청을 시작하였다. 물론 네이버 영화 평점을 또 세세하게 검색하였다. 볼만 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최준영 선생님에 의해 이미 형성된 선입견으로 인한 것이었다 치고서라도 영화는 정말 괜찮았다. 제법 깔끔했다. 우왕좌왕이랄지, 이 고리 저 고리 여러 갈래 엮어 도무지 이도 저도 아닌 진행이 아니었다. 모두 다 내려놓고 오직 모가디슈에서 탈출하기에만 초점을 맞춰 단정한 액션을 내놓았다. 괜찮았다. 별점 다섯 만점에 넷을 족히 주고 싶었다.
이 좋은 토요일에 다행이다 싶었다. 뜻밖에 맞은 알찬 크리스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