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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마더링 선데이 Mothering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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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링 선데이 Mothering Sunday

 

대표 포스터  - 영화 홈에서 가져옴

 

청소년 관람 불가

로맨틱 드라마

영국

104분

 

그레이엄 스위프트(Graham Swift)의 동명 소설이 원작

앨리스 버치(Alice Birch)의 각본

 

에바 허슨 감독

오데사 영, 조쉬 오코너, 콜린 퍼스, 올리비아 콜맨, 솝 디라이수, 글렌다 잭슨 등 출연

 

캐스트

제인 페어차일드 역의 오데사 영

폴 셰링엄 역의 조시 오코너

클라리 니븐 부인 역의 올리비아 콜먼

미스터 고드프리 니븐 역의 콜린 퍼스

도날드 역의 소프 디리스

밀리의 팻시 페란

엠마 홉데이 역의 엠마 다시

자일스 홉데이 역의 사이먼 셰퍼드

실비아 홉데이 부인 역의 캐롤라인 하커

셰링엄 부인 역은 에밀리 우프

크레이그 크로스비가 셰링엄 역

앨버트 웰딩(Albert Welling)은 팍스턴(Mr. Paxton), 서점 주인

 

 

마더링 선데이(Mothering Sunday)! 영국에 있는 ‘어머니의 날’이란다.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니 1924년 3월 30일에 있었던 일로 이 영화가 시작된다.

 

어머니의 날이라는데 왜 이 집 마님은 저리 슬플까. 정말이지 현재 자기가 지닌 참담함을 제대로 연기하는 저 얼굴을 보니 관상이라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저 연기자, 올리비아 콜먼. 저 얼굴에 맞는 여인네의 생을 주인공으로 펼칠 수 있는 영화를 만났으면 명작을 찍으리라.

 

곁가지 생각까지 알뜰하게 해내는 나의 주전부리 잦은 글을 비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와, 남녀 주인공의 얼굴이며 몸매며 이를 안고 있는 배경이 기막히다.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내 눈은 호강했다. 몸 둘 바를 모를 만큼 멋진 몸들이다. 두 남녀 주인공의 몸매를 한 컷 잡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한 컷 찍었으나 폰을 열어 확인해보니 그림 감으로는 아니다. 과감하게 버렸다.

 

홀홀단신(혈혈단신이 맞다. 홀홀단신을 만났던 내 어릴 적 장면이 떠올라 오자를 그대로 쓴다. 이 얼마나 쓸쓸한 사자성어인가!), 니븐 가문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 ‘제인 페어차일드(앞으로는 ‘제인’으로 표기)‘에게 애인이 있다. 비밀! 제인은 신참 하녀. 전쟁의 등살로 자식들을 잃은 사람들의 비참함이 우울의 흑백 색채로 배경에 깔려 있다. 전시였지만 당시 ‘가문’이라는 뒷자리 낱말을 지닌 사람들은 가문끼리 만나 세월을 보내던 시대. 가문 중 전쟁으로 죽은 형을 지닌 남자 ‘폴 쉐링엄(앞으로는 ‘폴’로 표기)“이 있었으니 제인의 비밀 연인.

 

대표 포스터 - 영화 홈에서 가져옴

 

니븐 가문 부부의 외출 후 제인은 연인 폴 쉐링엄의 집에서 찬란한 정사를 펼친다. 제인에게는 처녀성을 오픈한 날. 서로 자기 몸과 상대 몸에서 내놓은 물질을 놓고 나누는 대화가 차라리 풋풋했다. ‘씨’니, ‘번식’이니 마침내 현대판 피임의 방법까지 오간다. 말하자면 둘은 ‘순수 절정’의 사랑을 나눈 것. 인간관계에서 흔히 엿볼 수 있는 ‘이기심’이라는 것은 일도 없는 참 맑음.

 

폴은 소꿉친구이자 전쟁으로 죽은 형의 약혼녀 ‘엠마 홉데이(앞으로는 ‘엠마’로 표기)‘와 약혼 상태임을 고백한다. 어릴 적 소꿉친구였던 엠마는 사교계의 여왕. 폴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 그는, 엠마 역시, 형을 잃은 공허를 메우기 위해 약혼을 약속한 것. 강요당한 것. 언젠가 말할 수도 있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빈 집임을 상기시켜 제인이 자기 집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내용을 안내하는 폴. 그는 가문 모임에 가야 했다. 약혼을 기약 중인 엠마를 만나러. 가문 모임에서는 늦은 폴의 영혼을 향해 시비 중인 엠마가 보이고 전쟁 중 자식을 잃은 처참한 상황 속에 있는 주인들도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앉아 있는데.

 

빈집 놀이를 알몸으로 여유 있게 해낸 제인은 자전거를 몰고 다시 니븐 가로 컴백. 돌아오는 길, 안개처럼, 불기운이 내뿜은 연기처럼 길을 막는 것이 있었으나 무심코 지난다. 장면, 장면마다 그럴싸한 의미 해석이 분분한 시청자인 나도 그랬다. 아니, 저 거리를 뒤덮은 뿌연 것이 혹 흙먼지일까 하는 생각은 했구나. 왜, 전혀 앞뒤 연계될 것이 없는 히뿌연 우주를 보여줄까를 고민했어야 했구나.

 

 

제인과 폴 - 영화 홈에서 가져옴

 

니븐 가에 다 와 가는데 마님 없이 귀가하는 니븐 가의 주인장. 콜린 퍼스는 온몸의 표정으로 자식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를 받았을 때와는 또 다르다 싶을 연기를 펼친다.

“폴이 사고를 당했어. 폴이 죽었어. 혹시 폴이 남겨둔 것이 있을 수도 있어. 폴의 부모가 너무 힘들 거야. 우리가 도움이 되어야 해. 제인, 함께 가지 않으래?”

나는 위, 니븐 주인장이 내놓은 말을 담백하게 나열했다. 이 문장을 들은 제인의 참혹한 마음,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반응을 어찌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있으랴. 함께 가겠다는 고개 끄덕거림에 이어 제인이 니븐에게 말한다.

“그런데 물 좀 마시고 가면 안 될까요?”

제인은 물 한 컵을 마시면서 몸부림을 친다. ‘몸부림’이라는 낱말의 빈약함이여! 제인은 폴의 집을 나서면서 화병에 꽂힌 꽃 한 송이를 꺾어 몸에 지니고 있었다.

 

제인이 폴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폴 쉐링엄 가문의 하녀 덕분이었다. 폴 가문에 가보니 예정된 시각보다 더 빨리 돌아온 것이 다행이라고 답하는 폴의 하녀는 말한다. 폴이 남긴 어떠한 흔적도 없었노라고. 폴이 집을 떠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노라고. 폴이 남긴 흔적의 뒤치다꺼리, 돌아와서 모두 끝냈노라고. 그가 음식을 먹고 간 흔적도, 흐트러진 이부자리도. 그녀는 폴과 제인의 사랑 놀음 뒤치다꺼리를 한 셈.

 

어느 서점에 제인이 앉아 있다. 한 흑인 총각이 책을 고른다. 철학책을 고르고 엄마를 위한 소설을 고른다.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서점에서 만난 이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둘은 각자 비밀이 있음을 고백할 만큼 말이 통하고 뜻이 통하고 살아내는 삶의 맥락이 통한다. ‘통한다’의 진면목인 셈.

 

영 화 스틸컷 - 영화 홈에서 가져옴

 

제인과 동거를 하고 결혼을 하는, 제인이 지닌 비밀의 속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총각은 철학자 도날드. 어느 날, 도날드가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날드가 병석에 누워 그녀 제인에게 말한다.

“넌 애당초 혼자였잖아. 잃을 게 없어. 얻을 일만 남았어. 네 삶의 기억을 불러와서 글로 써 봐. 인생, 생의 감각에 대한 책 말이야. 날 위해서, 그리고 널 위해서. 나의 죽음이 곧 너의 최고의 작품이 될 거야. 단지 내가 너의 최고의 소설을 읽을 수 없음이 슬퍼. 참, 네가 지닌 비밀을 말해 줘. 내 귀에 대고 속삭여 줘. 영원한 비밀로 간직할게.”

“사랑해.”

 

폴이 죽고 제인에게 새 일자리가 마련되었다. 서점 직원. 그녀는 서점에서 늘 뭔가를 쓴다. 서점 주인이 그녀에게 타자기를 선물한다. 그녀가 죽어가는 도날드에게 말한다.

“내가 만난 남자들은 아마 나에게 최고의 소설, 역작을 쓸 수 있게 하려고 죽어가나 봐.”

 

제인 페어차일드. 감독의 페르소나이지 않을까. 아, 나의 페르소나이기도 하지 않을까. 제인은 다 늙은 어느 날, 시끄럽게 문을 열어달라는 소리를 듣는다. 문을 연다.

“소감을 좀 말해 주세요.”

최고의 문학상을 받은 것.

“나의 집 곳곳에 이미 다 있어요. 상이란 상을 다 탔죠. 좋았어요.”

‘상’은 상(喪)을 포함한 상(賞)이리라.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미장센의 힘. 두 남녀 주인공의 아름다운 알몸. 알몸으로 노는 와중에도 제인은 책장을 논다. 싹수가 있다. 책을 보고 책을 읽은 것. 니븐 가에서도 책에 관심을 보여 주인장의 관심을 끌게 한 사건이 있다. 감독은 틈틈이 대단한, 내가 한때 갖고 싶었던 엄청난 책을 지닌 서재를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 전체를 이끈다. 아무리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제인을 살게 하는 힘을 책으로 보여준다. 철학과 글의 힘.

 

제인은 도날드에게 ‘출생’과 ‘타자기의 재능’이 그녀를 작가가 되게 한 두 개의 선동적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세 번째 것은 혼자만 알고 있다고 도날드에게 말한다. 무엇? 위, 도날드가 제니에게 죽어가면서 말한, 최고의 소설을 쓰라고 말한 부분은 영화 속 이 사람 저 사람, 그리고 제니의 생각을 한 데 묶은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제니.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헤어졌으니 얻을 일만 남았겠다고, 잃을 게 없는 제니에게는 가릴 것이 없겠다고, 그것은 축복이라고. 니븐 가의 마나님이 말한다. 제니는 그때 니븐 가의 마님, 그녀의 발끝을 감싸고 있던 것부터 머리끝의 것까지 차근차근 제거해주는 하녀 역할을 충실하게 거행하고 있었다.

 

“피라미야, 고래야?”

“셰익스피어의 오필리아!”

“하녀. 관찰자 시점에서 글을 쓸 수 있겠다.”

그리고 ‘부엉이’와 ‘종양’이란 ‘부푼다’라는 뜻을 지녔다고 말하던 도날드, 백인은 옷을 입는 것도 허례허식이라고도 말했다.

 

영화 홈에서 가져옴

 

다음번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시립도서관에서 대여해 와 읽어야겠다. 어디, 책장에 찾으면 있을 법도 하지만.

 

아, 에바 허슨 감독은 영화 '태양의 소녀들'도 연출했구나. 슬픈 영화! '태양의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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