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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모되어가는 사람 그리고 사랑
바위 혹은 자갈이었겠지
한 남자 곁에 남아있는 바람의 흔적
물살의 흔적
시작을 좇아 길을 나서는데
세월의 흔적으로 태어난 흙의 무늬
그 사이 고인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서
사라져가는 도장 가게
잊혀져가는 인장을 말하네
아주 숨어버린 숨결을 말하네
그렇게 서서히 제 모습들을 감추는 삶의 흔적들
우리의 낡은 문명들
늙어가는 우리들
마모되어가는 우리들의 뼈를 확인하면서
바위 틈 새 미로를 뚫고
들앉아있고 싶다네
밤이 오네
곧 새날이 오겠지
우리들 스러진 자리에
돋아날 새로운 생명체들에게
운명의 돌 한 덩이씩을 세우면서
부디 나처럼 우리처럼
그렇게 살지 않기를
그렇게 살다가 그만 문득 부스러지지 않기를
사그라들어 빙 둘러앉을 공간마저
구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흙의 내부에 들어서면서
잔챙이가 되어 기생하는
소용돌이는 되지 말자고
미리 가라앉아 역사도 성도 분별할 수 없는
고깃덩이가 되어
낡은 살을 끌고가는
너무 오래되어 붉어진 전율
가누기 힘든 사랑
참 어설픈 하루의 사람
영원하리라고 꿈꿨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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