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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마모되어가는 사람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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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모되어가는 사람 그리고 사랑

 

 

마모되어가는,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바위 혹은 자갈이었겠지

한 남자 곁에 남아있는 바람의 흔적

물살의 흔적

시작을 좇아 길을 나서는데

세월의 흔적으로 태어난 흙의 무늬

그 사이 고인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서

사라져가는 도장 가게

잊혀져가는 인장을 말하네

아주 숨어버린 숨결을 말하네

그렇게 서서히 제 모습들을 감추는 삶의 흔적들

우리의 낡은 문명들

늙어가는 우리들

마모되어가는 우리들의 뼈를 확인하면서

바위 틈 새 미로를 뚫고 

들앉아있고 싶다네

 

밤이 오네

곧 새날이 오겠지

우리들 스러진 자리에

돋아날 새로운 생명체들에게

운명의 돌 한 덩이씩을 세우면서

부디 나처럼 우리처럼

그렇게 살지 않기를

그렇게 살다가 그만 문득 부스러지지 않기를

사그라들어 빙 둘러앉을 공간마저

구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흙의 내부에 들어서면서

잔챙이가 되어 기생하는

소용돌이는 되지 말자고

미리 가라앉아 역사도 성도 분별할 수 없는

고깃덩이가 되어

낡은 살을 끌고가는

너무 오래되어 붉어진 전율

가누기 힘든 사랑

참 어설픈 하루의 사람

영원하리라고 꿈꿨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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