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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것 모음
- 삶의 감각적인 즐거움을 찾아서
그것은 삶의 감각적인 즐거움이라고 했다.
잡것 모음
허리 구부러진 달을 좇을 수 있다면
오리를 닮은 비행선을 훔쳐서 날아오르고 싶었다.
아무렇게나 꽂은 프리지아 화병 옆에 그가
그녀의 왼팔을 꼬아가면서 서 있음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가 하늘을 보고 있을 때 그녀는 시든 꽃잎은 떼어내고 있었다.
눈물과 기쁨이 범벅이 된 웃음의 얼굴
방망이를 날카롭게 깎아내고 있던 노인이
그녀의 웃음 한 조각을 훔쳐서 달아났다.
지혜로움을 나타내는 가장 분명한 표현은 명랑한 얼굴이라고
철학자 몽테뉴를 빌어와 하루살이의 다짐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철학 사전을 지니고 놀던 사내가
자기 말을 삼켰다고 달려들었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도전적인 연구라며
학제 간의 진취적 협력을 장려한다는 신문 기사 한쪽을 짓이긴
홍보용 포스터가 가게 앞을 날아다녔다.
신 새벽 어스름을 뚫고 들려오던
당신의 기침 소리가 그립다고 목놓아 울었다.
책을 읽을 때면 당신이 세상을 향해서 뱉어내는
과감한 고집을 증오했다.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만나고 싶은 첫 번째 사람
당신이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해, 가장 머리 무거운 잡것을 치렀다. 잡것. 그야말로 아무 가치가 존재하지 않은 잡것! 나에게는 그랬다. 오늘은 푹 쉬고 싶다. 푹 자고 싶다.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대신 냉수 샤워를 했다. 내일부터 정신 바짝 차려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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