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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미술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 모든 것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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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 내게 그림은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행위이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The Man Who Paints Water Drops, 2021

다큐멘터리 / 대한민국/  79분/  2022. 09.28 개봉

김오안, 브리지트 부이오

출연 김창열(본인) 

전체 관람가

 
 

 

 

김창열 - 나무 위키에서 가져옴

 

 

 

- 물방울의 화가 김창열 

- 사진작가인 둘째 아들이 평소 아버지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뒀다가 영화화함. 다큐멘터리라고 해야 옳겠다.

-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침묵이 가장 어려웠다. 먹을 때는 먹고~, 언제나 정중하고~. 이처럼 조심스럽고 이토록 고독하셨던 분. 우리 아버지 김창열. 

-그의 고향은 한반도의 북쪽. 산속 작은 마을, 호랑이 살던 산골이었다.

 

 

-

나는 이 다큐멘터리의 거의 모든 대사를 옮겨 적으면서 봤다. 그림들로 꽉 찬 영상은 문장들도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문장들은 감독이자 화가 김창열의 둘째 아드님이신 김오안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문장들이 금싸라기들이었다. 올겨울, 이 작품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다. 그렇게 되도록 남은 날들을 살고 싶다. 김창열, 그리고 그의 두 분 아드님에게 감사한다. 문학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었다. 음악, 미술, 영화가 함께 있는 종합 예술이었다.

 

이 영화의 감독이신 차남 김오안 선생님이 궁금하다. 음악, 음향, 배경이 되는 풍경 등 영화 속 모든 것이 나를 꽉 붙잡았다. 아울러 그림을 읽는 방법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칭 아마추어 그림 콜렉터라고 자신했던 나, 미술사며 미술 작품 읽기에는 전문가 수준이라고 자부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림 읽기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 

 

 

 

 

 

 

달마 선사 그리고 노자의 도덕경과 함께 사셨다. 달마대사의 죽음. 흰 벽을 향해 끝없이 걷더니 어느 날에는 팔이 떨어져 나가고 또 어느 날에는 다리가, 스스로 떨어져 나가 죽음이 되었다는 달마대사의 죽음 같은, 그런 죽음을 꿈꾸신다. 김창열.

 

물방울만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산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도덕경을 즐겨 읽었다. 매일 도덕경을 썼다.

 

달마대사. 어쩌면 달마대사는 매료될 만한 폭력성을 지녔는지 모른다. 매료될 만한 폭력성은 어떤 종류일까.

 

현자의 울부짖음에는 견고함과 위로. 낯선, 드러나지도, 사라지지도 않은 어떤 것이 있다. 

 

 

 

 

 

 

김창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을축년 정월 월남을 할 때였다. 미아리고개를 넘는데 바람 빠진 럭비공처럼 사람의 머리가 뒹굴고 있었다. 

 

 

단지 회전만 하는 역사가 지금도 겁이 난다. 수업을 돌아보던 공산주의자 경찰에게 김창열이 쓰고 있던 글이 읽혔다. '격문' 격이었다.  김창열은 고향을 떠나야 했다. 

 

두 한국의 경계선 부근, 지금의 휴전선 부근에서 기관총을 피해 월남하면서 기도를 드렸다. 

 

김창열 작품 회귀 - 나무 위키에서 가져옴

 

 

신이시여!

만약 당신이 존재한다면

나를 도와주시오.

- 김창열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한다.

 

'오늘도 걷는다마는~'이었다. 노래를 부르신다. 음도, 리듬도, 박자도 정확하다. 눈물을 훔치시면서 노래를 부르셨다. 

 

비명밖에 없었다. 기도밖에 없었다. '나는 공포보다는 비명을 그리고 싶다'라고 프랜시스 베이컨이 말했다. 공포와 비명 그리기. 나는 극한에 남아 있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꽃 그림과 나신과 풍경과 태어난 고향 마을과 강 가에 있는 고향 집을 그렸을 것이다. 

 

뉴욕으로 갔다. 60년대, 비극적 삶을 감내했다. 주머니에 4달러가 있었다. 

 

 

 

전 1

 

 

 

파리에 도착했어. 좀 더 생산적인 삶을 위해 떠났지. 수도승, 물도 없는 마구간에서 고통의 삶을 찾았지. 마흔.

 

42세였지. 무엇을 하기 위해 살았다는 특전이 있어야 했다. 삶을 낭비하면 안 되었다. 죽음의 동반자를 말하면서 명상하라. 

 

작업이 죽고 싶음을 이겨내게 했다. 진혼곡은 멈추지 않는다. 

 

부모 산소(?) 앞에서 종일 울었다는 김창열. 청년의 통곡이었다.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성을 지닌 분이시다. 어쩌면 물방울은 눈물이며 중립이며 무심함이다. 그렇다고 그저 추상적 슬픔일까?

 

영화 '처녀의 샘'을 떠올려 보라. 부모의 처절함과 복수극을 실은 영화다. 폭력적 열망.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분노와 절망 속에서 부부는 간절히 기도한다.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물'은 전쟁 트라우마를 물의 원천으로 변형시켜 가면서 평생 살라는 메시지라고 여겨졌다. 화실, 연금술사 연구, 모든 피를 무마시킬 수 있게 했다. 모든 기억을 지우고, 악과 불안을 물로 지우고자 하였다. 

 

나의 고향은 산골 골짜기 작은 마을, 호랑이 살던 산골 마을, 물방울에 집착하는 것은 못났기 때문이다. 

 

달마대사가 말했다. 나는 이것밖에 할 수 없으니 이것만 한다. '물방'울이 나의 이것이다. 10년 면봉을 기약했다가 9년 만에 도통했다는 달마대사, 그 면봉의 심정으로 물방울을 그려왔다.

 

 

 

전 2

 

 

 

나는 지금도 마누라에게 소리를 지르고 고함치는 속물이다. 파리 정착 첫 해, 많이 우울했다. 한밤중에 깨어난 날이 있었다. 불안 속에 깨어나보니 어느 그림이 보였다. 그림은 뒤집어진 채였다. 물을 부었다. 수많은 물방울이 빛과 어우러졌다. 다시 그렸다. 물방울이 놀라운 형상을 보여줬다. 나 자신에게 말했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는 결국 해냈다. 서로 닮지 않은 물방울을 그렸다. 타원형, 떨어지는, 완성되지 않은, 흑백의, 색채를 지닌, 말랑말랑한, 둘러싸인, 구금 같은, 눈에  전혀 띄지 않은, 떨리는, 돋보기 같은, 추상적인, 극 사실주의적인, 싱상주의 적인, 표현주의적인, 초현실주의적인, 치명적인, 로맨틱한, 자연주의적인, 순진한, 영적인, 유교적인, 상징주의적인, 프랑스적인, 네덜란드적인, 미국적인, 기쁜, 슬픈, 화난, 얼룩진, 춤추는, 우는, 밝은, 불타는...... , 그리고 또 우는, 값진, 확장판의, 침입하는, 그림자를 지닌, 사라지는, 물방울과, 물방울과, 물방울들을 그려왔다. 

 

 

 

전 3

 

 

 

서예. 천자문. 천 개의 글자로 만들어진 천자문. 그는, 그의 불행이 천자문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천자문을 가르쳐주시면서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감탄하셨다. '너는 어쩌면 한자를 이렇게도 잘 쓰니'. 병적인 창조력이 그때부터 싹트고 발현되고 있었다.

 

이산가족. 

그의 아버지는 온 가족을 남쪽으로 보내고 몸 불편한 아내에게로 돌아갔다. 노래를 부르신다. '에헤야, 좋고 좋아'. 김창열은 유년에 배웠던 노래를 부른다. 반평생을 파리에서도 보낸 이가 온전히 한국에서 산 나보다 더 정확한 발음에 한민족적인 운율을 실어 한민족의 노래를 부른다. 

 

그는 자기 생의 가장 중요한 장면의 하나로 수영을 배운 것을 말한다. 꿈을 이야기하신다.

 

 

 

 

 

김창열 작품 물방울 - 나무 위키에서 가져옴

 

 

 

 

 

노자의 무위, 인간의 본질은 아기 상태이다. 돌아가야 한다. 바로 여기. 인생의 극점에서 순수와 자애의 수염을 당기고 있는 김창열.

 

아들이 말한다.

너무 늙은 내 아버지, 아주 어린 나의 아들.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아들에게 아비는 지나치게 진지했다. 후회한다. 

 

2018년 풍계리 미사일 발사 영상을 아들과 함께 본다. 마을이 그립다. 내 평생 아주 많이, 나는 이 마을을 그리워했다. 

 

김창열. 아버지가 내게 주신 것은 지위, 걷기, 자유, 솔직함 그 아무것도 아니었다. '침묵'이었다. 

 

김창열이 자기 인생을 정리한다. 평생을 호랑이 꼬리를 잡은 것처럼 진지함으로 살았다. 

 

 


겨울비가 내린다.

 

하염없이 겨울비가 내린다. 내 아이가 있는 그곳에는 눈이 내린다는데, 눈 내리는 겨울밤이 외롭지 않을까 걱정된다. 속없는 어미는 윤동주의 겨울 시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미안!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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