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멀리 가네 가네
아주 멀리 가네 가네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디
님은 꼭 붙들고 놓지를 못하네
~
이제 가시면 언제 올라요.
역시 음악 오디션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곤 하는
JTBC '풍류 대장' 마지막 날이었어.
결승전의 날.
난 사실 '서도 밴드'를 몰랐어.
나는 음악 감상에서는 누구 못지않게 대단한 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자부했는데,
'에구, 내 좋아하는 국악인데. k 국악 밴드 대표라는데. 이를 모르고 있었다네. '
라는 생각을 한 것은 고백하건대 '풍류 대장' 진행 중에는 결코 하지 않았어.
예선을 지나 준결승까지 오르면서도 서도 밴드의 노래는 내 맘에 들지 않았어. 내 음악에 빠지는 최애 요인은
1. 내 가슴을 쳤는가
2.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개성을 지녔는가
인데~.
'서도 밴드'에게서는 위 1과 2를 느끼지 못했어.
하여, 결승 무대에서도 나는 다른 이를 응원하고 있었지.(김준수의 '살아야지'))
결승 전에도 서도 밴드를 단 한 번도 응원한 적이 없어.(처음에는 고영열을 응원했어. 팬텀 싱어에서 그에게 반했거든. 특히 '흥타령')
그리하여, 결승전 최고 순위 결정전에도 크게 만족감을 얻지 못했어.
서도 밴드가 우승을 했거든.
또 솔직히 말하지.
"에쉬, 김준수. 결승전 선곡 미스!"
이 문장을 내뱉고는 김준수가 '살아야지'를 결승에서 안 부른 것에 대해 얼마나 서운했는지.
바로 텔레비전에서 나가려고 했어.
그런데 서도 밴드하고 심사위원 중 한 사람과 콜라보가 있다네.
'심사위원 누구?' 했는데 '박정현'이었어.
우후, 오늘 고백할 일이 참 많구나.
박정현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나, 박정현에게도 큰 관심은 없었어.
왜? 내가 '록음악 마니아거든. 롹음악(내 표현으로는)!
팝 발라드, R&B 장르에는 관심이 없었거든.
물론,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고.
별 기대는 없었어.
박정현의 노래가 내 가슴을 치는 경우가 없었고
풍류 대장 내내 서도 밴드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도 않았으니.
아, 한데 나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어.
두 팀 '이별가'를 부르는데.
서도 밴드의 보컬과 박정현의 목소리가 이렇게나 잘 맞을 줄 누가 알았을까.
누가 이 두 가수들의 콜라보를 제작하게 한 거야?
나는 이 무대를 제작한 pd가 궁금해졌어.
존경하고 싶었어. 이런 무대를 연출하다니.
이렇게나 황홀하도록 아름다우면서 설움 가득 담긴 무대를 만들어내다니.
대단한 노래였어.
서도 밴드의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했고
박정현의 노래들을 신경 써서 듣게 되었어.
두 음악인의 어떤 음악도 '이별가'를 능가할 만큼 대단함을 느낀 곡은 없었지만
이 노래를 듣기 전과 들은 후 이 두 음악인들에 대한 내 생각이 당연히 180도는 바뀌었지.
이렇게나 노래를 잘하다니.
아하, 나는 록음악 가수들만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었어. 발라드나 R&B에서도 내 가슴을 치는 노래들을 만나게 되는구나 싶어 의아했어. 신기했어. 단 한 곡의 음악으로 새삼 내 음악 감상 생활을 돌아보게 되는구나.
헤어져야 할 연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렇게도 건강하게 드러낼 수가 있구나. 둘의 소리는 우선 튼튼했어.
바닥을 야무지게 다진 후 차곡차곡 간절함을 담은 소리들을 거침없이 내지르는 배짱도 느껴졌어. 구차한 이별가가 아니었다는 거지.
아마 서도 밴드와 박정현의 수많은 팬들은(그들이 '풍류 대장'을 보지 않을 리 없으므로) 음악을 듣자마자 그만 탄복했을 거야, 틀림없이. 주저앉아 자기 최애 가수가 자기 소리 위로 올라앉은 절절함을 부여잡고 매달리는 그들 소리의 지극정성에 깜빡 녹아들고 말았을 거야.
왜? 내가 그랬으니까. 어느 순간 감탄의 염을 드러낼 시각을 제대로 캐치하고자 노력했겠지만 우선 귀에 감겨 스며드는 음악이 너무 좋아 아무 생각,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을 거야. 순간 이들의 음악이 흐르던 무대를 벗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참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어.
오늘, 드라마 '파친코'를 보기 전에 어서 '파친코'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여러 잡일을 해내면서 듣는 이 노래. 서도 밴드와 박정현의 '이별가'를 다시 들으면서(사실 주 업무가 끝나고 잡 업무를 마구마구 해대야 하는 직장에서의 오후 시간이면 거의 매일 듣는다.) 오디션 당일 처음 듣던 순간의 감정을 더 이상 버려둘 수 없어 이곳에 그날을 감정을 되살려 쓴다.
앞으로도 한참 서도 밴드와 박정현이 부른 '이별가'는 김준수의 '살아야지'와 함께 내 최애 음악 감상 리스트의 1위와 2위를 다툼하게 될 것 같다.
음악 오디션을 볼 때마다 고마운 JTBC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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