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주머니 쌈짓돈을 아끼고 아껴서 그림을 사곤 한다.
'경제' 쪽과는 전혀 상관없이 순수 미술작품 덕후의 차원에서.
그저, 어느 날 옥션을 열어 전시 그림을 감상하다가 혹은 우연히 갤러리에 갔다가 본 작품이 내 마음을 흔들면 구입한다.
그러다가 최근 시큰둥해졌는데~
얼마 전 우연히 신문 기사 클릭 중 발견한 그림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림으로 옮겼더니 350억... 화가들이 사랑한 수향 '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한국일보. (hankookilbo.com)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기행 (입력 2021.10.09 10:00) '그림으로 옮겼더니 350억... 화가들이 사랑한 수향'
<76> 강남 수향 ② 장쑤성 저우좡과 저장성 난쉰
위 두 그림이다.
중국 우관중(吳冠中·1919~2010)이라는 화가가 1997년에 그린 유화 ‘저우좡’
2016년 4월 4일 홍콩 미술품 경매장에서 350억 원에 낙찰.
1985년 부인과 함께 강남 수향인 저우좡을 찾은 우관중이 스케치하고 수묵화로 그린 작품이 었다가 12년 후인 1997년 마음 깊숙이 담아둔 수향의 인상을 3m에 이르는 유화로 발효시켜 탄생했다.
고 이 기사의 작가 최종명 선생님은 적었다.
아!
나는 순간 감탄사를 내뿜었고
내 눈은 좀처럼 그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한참을 그림 속에 들어가 유영했다.
화가의 붓 자국에 내 영혼을 얹어 그림 속 '수향'을 돌아보고
마치 신선이라도 만난 듯이 누군가의 팔에 의지하여 가는 물살을 헤치고 그림 속 공간을 부유하였다.
얼마나 담백하고 맑은 선인가. 얼마나 순진무구하면서 건강한 선인가.
'선'이 우주에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이 그림 속에서 발견하였고
나는 그림 속 선들 위에 내 가는 육체의 중추를 의지하여 꿈같은 여행을 다녔다.
한참 동안 그림 속에서 '침잠'과 '침묵'의 백미를 구현하는 고상한 순간을 내심 뽐냈다. 순서를 거슬러 글씨(기사)로 마침내 돌아왔을 때 '수향'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기사 속에서 그림은 화가가 실제 수향을 여행하면서 가슴속에 담아두고서 한참 뒤에 꺼내 화폭에 담았다는 것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수향'을 검색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중국 땅을 들어가 본 적도 없어 역사적 사실이나 정치적 사건 속의 중국 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알고 있는 공간이 없다. '수향'에 꽂혀버리고 말았다.
'대체 어디가 '수향'일까'
기사를 제대로 읽어내질 못했다. 뇌의 한쪽은 위 그림에 여전히 누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이미 지친 다른 뇌의 한쪽으로 글자를 읽고 있었으니 글의 내용이 제대로 읽힐 리 없었다. 문맥 앞뒤 한참 동안 엄지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서야 나는 수향이 '수향(水鄕)'임을 마침내 알게 되었다.
네이버 사전에서 가져옴
수향 1 (水鄕)[명사]
1. 물가에 있는 마을.
2. 못이나 하천이 아름다운 지역.
내 무지에 또 제 각도를 유지하지 못한 뇌를 쥐어박아야 했으며 나는 이때부터 또 한 곳 '해외여행지'를 꿈꾸게 되었다.
중국 강남의 '수향'마을에 가고 싶다.
그림 속에 펼쳐진 곳 '강남 수향의 장쑤성 저우좡과 저장성 난쉰'을 여행하고 싶다.
물 위에 배와 나와 저 아름다울(?) 공간들과만 함께 하여 저 그림을 내 뇌리 안에 모시고서 수향을 떠돌고 싶다.
그리고 위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회'를 꼭 가고 싶다.
한동안 나는 또 있는 돈 없는 돈을 꾸깃꾸깃 펼쳐가면서 '옥션'이며 '전시회'를 기웃거릴 것이다.
물론 막무가내로 물건을, 그림을 사는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중국 우관중(吳冠中·1919~2010)의 저 그림을 갖고 싶다.
새삼 이런 화가, 이런 작품을 아직 읽은 적이 없는 내가 어찌 '미술'이며 '회화'며 '그림'을 즐긴다고 할 수 있겠는가 부끄러움이 앞선다.
더 열심히 그림을 읽어야 되겠다.
어쨌든 올 들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 그림을 만났던 순간의 황홀함을 어찌 내 짊어지지 않을 수 있으랴!
아래 그림도 신문 기사 속에만 남겨둘 수 없어 함께 가져와 이곳에 앉혔다.
베이징 798 예술구 전시회에서 본 우관중의 ‘강남 수향’. ⓒ최종명
이 그림을 소개해 주신 최종명(중국문화여행 작가)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틈틈이 선생님의 연재 글을 모두 읽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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