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Seraching) - 나는 늘 영화의 불행한 엔딩을 좇아왔다. 왜? 해피엔딩은 대부분 억지스러웠으므로.
다음은 사건 해결에 배정된(?) '빅'형사가 내놓은 문장이다. 가슴이 미어터진다.
- "내 자식이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에요."
- "미처 다 알지 못했던, 내 자식에게 생긴 일이 결코 부모 탓은 아니에요."
- 아, 내가 또렷한 인식하에 영화를 봐 왔던 이래 이렇게 '행복한 엔딩'을 바라게 될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 '서치2'가 개봉되었다고 한다. 평점이 괜찮다.
101분, 2018. 8. 29. 개봉
미국, 드라마
아니쉬 차칸티 감독
존 조, 데브라 메싱, 미셀 라, 조셉 리, 사라 손 등 출연.
새벽, 눈 떠 이불속에 누워 영화를 마저 봤다. 프랑스 블랙 코미디를 고민하게 되었다.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감독은 저런 영화를 찍었을까.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말한다. 장 피에르 주네 감독 작품. 나는 그제 이 감독의 영화 <델리 카트슨 사람들>을 보고 이미 영화 감상 리뷰를 작성해 뒀다.)
생각 끝에 내가 쓰는 리뷰들이 과연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올릴만한 것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명 영화 평론가들의 영화 평론을 찾아 읽던 차 어느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영화 평론가 박평식, 이동진, 김혜리가 꼽은 명화 목록을 찾아 읽게 되었다. 아무리 많이 봤다고 해도 내가 다 본 것은 아니었다. 그중 요즘 무척 끌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쪽이라는 것에서 이 영화에 눈이 머무르게 된 이유이다.
영화는 어떤 것도 점쳐지지 않은 시작이었다. '존 조' 주연에 Last name이 'Kim'가 가족의 이야기이다. 재미 한국인 가족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렇다. 재미 한국인 가족에 재미 한국인 배우들이 열연한다. 한편 미국인 이야기이다. 'Kim'가 이야기일 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를 중심에 놓고 글을 시작하는 것은 영화를 보면서 억지스러운 'Happy ending'을 유독 싫어하는 내가 이 영화의 해피 엔딩에는 너그러이 용서될뿐더러 바라고 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혹 'Kim'가 이야기라는, 주연 배우가 동포라서, '동포 의식'으로 그러는가 하는 억지 춘향 격의 이유일까 싶어서이다.
3인 핵가족, 살 만큼 사는 젊은 부부 '데이빗'과 '팸'의 'Kim'가는 '마고 Kim'이라는 외딸이 있다.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이다. 현모양처 엄마는 아이와 남편을 위한 최선의 삶으로 가정을 꾸리고 내조에 힘입은( 내 느끼기에) 남편 데이빗 'Kim'은 열심히 돈을 벌어온다. 아울러 지극히 가정적인 남편이다. 아름다운 트라이앵글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면서 사는 한 가족이다.
젊고 예쁜 엄마는 너무 빨리 죽어야 했다. 이 죽음이 '모든 문제는 가정에 그 이유가 있지요.'를 읊게 하는 이유가 된다. 훌륭한 아빠는 그만 자기 고집에 빠지고 만다. 젊은 아빠는 세상을 살아내는 데에 꼭 필요 성분이랄 수 있는 '융통성'을 잊는다. 흔히 가족의 한쪽이 사라질 때 저지르고 마는 불용의 구렁텅이에 자기의식을 안장시킨 채 딸과 거죽만 베푸는 낯선 아빠가 되고 만다.
아무리 남녀평등의 시대라지만 분명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과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여긴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특히 더 그렇다고 여겨진다. 실종된 딸의 삼촌, 'Kim'가 삼촌이 조카에게 마리화나를 피우게 하면서 형에게 자꾸 조카 '마고 킴'을 더 세밀하게 보살피라고 말하는, 조언에서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감독이 'Kim'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사건 전개의 본 무대로 설정한 것은 한국인의, 대한민국의 가정에서 벌어지는 전통적인 가사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지는 것은 억지일까. 엄마의 죽음 이후 아빠의 생활 방법은 우리나라 가정의 모습과 똑같다. 서구라고 모두 이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엄마의 존재를 파묻고 사는 아빠로 인해 딸 '마고'는 여러 일을 혼자서 처리한다. 그중 하나가 피아노 레슨을 끊은 것이었다. 피아노를 치러 가면 엄마가 떠올라서 견딜 수 없었다. 아빠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 아내가 죽은 날부터 아빠는 엄마의 존재를 딸에게 '없었던' 사람으로 팽개친 것이다. 그런 '마고'가 실종되었다. 아빠 앞으로 부재중 전화 몇과 메시지 몇을 남겨둔 채. 딸은 늘 혼자였음을 실종 후에야 아비가 인지한다. 실종 후 친구들의 협조를 구하려는데 친했던 친구들이 없다. 딸은 늘 외톨이였다. 그나마 '삼촌'이 있었고, 인터넷이 있었고, 'sns'가 있었고, 인스타그램 등이 있었다. '마고'의 소통창구였다. 인터넷 플랫폼으로 현대의 청소년들은 성장한다.
아빠 데이빗 'Kim'은 딸을 찾기 위한 종횡무진,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영화는 아빠 데이빗이 집요하게 조사하는 여러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실종', '가출', '납치' 등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하나하나 나열한다. sns', '스마트폰', 'CCTV' 등 딸 '마고'의 흔적이 담긴 곳곳을 찾아가는 모습을 자상하게 안내한다. 진즉 그런 모습을 딸과 함께했더라면. 아빠 데이빗의 이 장면들을 관객에게 이입되는 간접 경험으로 인한 감정이 그 끝까지 꽉 차게 한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날은 하루하루. 거침없이 지나가고 사건 해결에 배정된 형사 '빅'의 세밀한 도움도 무용지물이 된다.
사건은 '마고'의 마지막 도착지로 확인된 호수 근처에서 차가 발견되고, 그 호수에서 마고의 호수가 발견되고, 어느 성도착증 환자가 자백하는 영상이 발견되면서 엔딩으로 치닫는다. 마고의 차에서 발견된 삼촌의 운동복으로 삼촌이 유력한 용의자로 데이빗에게 찍히는데, 삼촌은 단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조카에게 마리화나를 피우게 한 것뿐. 사건은 그렇게 해결되나 싶었는데.
견딜 수 없었던 아빠 데이빗이 역시 구글에서 발견한, 딸 마고의 생활 흔적에서 발견한 어느 앱에서 마고의 사진들을 장례 지내게 되는데 그 앱 주인은 뜻밖에 사건 초기 마고의 인스타에서 봤던 여인이었다. 웨이트리스였다. 데이빗은 진범을 찾았음을 확신하고 형사 '빅'을 다시 소환하는데.......
'빅'은 '배정된' 형사가 아니고 '자원한 형사'였다. 딸 마고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그 현장에 아버지 데이빗은 없고 '빅'이 자리하고 있었다. 데이빗은 경찰 지원을 요청하고 장례식장을 찾는다. '빅'을 체포한다. '빅'의 아들은 데이빗의 딸 '마고'와 어릴 적부터 친한 사이였다. '빅'과 '팸'은 '마고'의 어릴 적 친한 사이였다. '빅'이 의도적으로 공개한 인터넷 자기 활동 모습 속에서 데이빗은 '마고'를 죽인 것을 자백한 죄수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빅'이 수감되어 아래와 같이 말한다.
"내 자식이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에요."
"다 알지 몰랐던 자식에게 생긴 일이 부모 탓은 아니에요."
물론 위 문장은 '마고'의 실종 초기, 사건 해결을 위해 배정된 형사로서 실종 소녀의 아버지인 '데이빗'을 위로하는 문장이었다. 그러나~
'마고'는 실종 후 닷새가 지났지만, 이틀을 내린 비 때문에 마침내 살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음악대학 합격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데이빗과 마고는 팸이 살아있던 시절의 웃음 띤 모습을 되찾는다. 그렇다면 '빅'은 왜 수감되었을까. '빅'의 사건 자백 이후 왜 위 문단 두 문장을 나는 두 차례나 이 글 속에 내놓은 것일까.
영화를 보라. 내가 내리는 평점은 5점 만점에 4.2이다. 사실은 4.5도 주고 싶다. 곧 <서치 2>도 개봉한다고 한다. <서치 1>을 보는 내내 숨 죽이고 봤던 오늘 경험으로 과연 <서치 2>도 새롭게, 크게 다가오는 영화일 수 있을까 싶지만, 부디 <서치 2>도 잘 만들어져서, 어쨌든 대한민국의 핏줄을 지닌 배우들도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보는 내내 최근 본 영화 중 알 파치노 주연 영화 <칼리토>가 떠올랐다. 긴장감, 긴박감, 숨을 쉬기 힘들게 만든 '달리기'는 그 내용과 방법은 다른데 강도가 비슷했다. 그리고 두 영화는 엔딩이 달랐다. 이 영화는 행복한 엔딩이었다. 다행이었다. 마음의 평화, 가슴에는 평온이 스며들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이기 때문일까. 영화 <마더>도 떠오른다.
옛말에 '도둑의 때는 벗어도 자식의 때는 못 벗는다'라고 했다. 자식 잘못은 결국 부모 잘못이라는 말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금, 이때! 아, 자식 겉을 낳지, 속은 못 낳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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