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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러브 사라 - 우린 당신이라는 나무로 이어진 수많은 가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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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디저트 : 러브 사라 - 우린 당신이라는 나무로 이어진 수많은 가지들.

 

LOVE SARAH

2021.02.04 개봉. 12세 관람가 

영국

엘리자 슈뢰더 감독

셀리아 아임리, 섀넌 타벳, 셀리 콘, 루퍼트 펜리 존스, 빌 패터슨 등 출연

드라마, 코미디, 멜로/로맨스

 

 

대표 포스터. - 영화 홈에서 가져옴

 

참 예쁜 맛의 영화이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우린 당신이라는 나무로 이어진 수많은 가지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모든 게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ost 'for the love of you'가 영화의 기승전결을 말끔하게 정리해 준다. 

 

꿈에 그리던 베이커리 오픈을 앞두고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라. 사라를 기리기 위해 사라의 엄마 미미’, 또 한 사람의 딸 클라리사그리고 사라의 친구 이사벨라가 오픈한 가게는 러브 사라’. 죽음은 왜? 어머니와의 불화임을 은연중에 깔고 있지만, 글쎄 그 깊이를 읽을 수 없어 아쉽다.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유가 복선으로라도 깔려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영화 읽기의 기본이 낮은 것인지. 미처 읽지 못한 것인지. 영화의 깊이를 파헤치지 못한 것인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 매튜까지 합류하지만 여전히 손님은 없다. 사라없는 네 사람 사이 각자의 생각은 합의점을 쉽게 찾지 못한다. 죽은 사라를 향한 깊은 마음의 죄를 각각 지닌 채 떠도는 네 사람. 서로를 다 내놓지 않은 거다. 흔히 그렇다. 이무러울수록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감이란, 그 가까움을 미리 벌려놓은 채 시작된 관계에서는 더욱,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사라는 클라리샤라는, 댄서를 꿈꾸는 다 큰 딸을 두고 있다. 요리학교의 친구 이자벨라와 빵집을 차리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만 죽는다. 

 

클라리샤는 '사라'를 향한 엄마의 꿈을 이루어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자벨라, 할머니 미미와 함께 빵집을 차린다. 거기에 매튜가 합류한다. 매튜는 다른 곳에 충분히 스카우트가 될 수 있는데도 이곳에 합류한다. 왜?

 

메튜는 클라리샤로부터 자기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메튜도 그렇다. 클라리샤가 자기 딸이 아닌가 하는. 한데 메튜는 사실 이자벨라를 사랑하고 있었다네. 사라를 만나러 갔지만 사랑은 이자벨라였다는 거네. 

 

그리운 딸 생각에, ‘딸에게 해야 하는 사죄를 위해서라도 번성하는 모습의 가게가 필요한 미미. 자나 깨나 잘 된 가게를 꿈꾸던 그녀에게 어느 날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손님들이 아이디어를 지니게 한 주인공. 미미’가 떠올린 기막힌 이디어는 가게 앞은 지나다니는, 가게 주변을 사는 이들에게 아련한 고향 맛을 안겨주는 가게를 만드는 것.

 

전 세계에서 런던으로 모여들어 사는 수많은 사람에게 '고향'의 맛을 맛보게 해주는 곳, 즉 러브 사라를 그리운 고향 같은 곳으로 만들기. 어쨌든 미미를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랑하는 발명가 할아버지 펠릭스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영국에 와 사는 이들이 가게를 찾게 되고 미미가 반짝 아이디어를 낸다. 이 세상 곳곳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그들이 먹고 싶어 하는 전통 빵을 조사하여 그 빵들을 만들어 내놓는다. 

 

 레밍턴’은 호주식 케이크, 덴마크의 시나몬롤 카넬스네일’, 파스텔 드 나타’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온 엄마와 아들을 위한 메뉴. '라트비아’ 출신의 택배 기사를 위한 크링글’. 가게 앞을 지나는 세계 곳곳을 고향으로 둔 이들을 위한 '러브 사라는 당신을 위한 디저트를 만들어 드린다. 와서 가슴 저미는 추억을 기리라.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라. 어떤, 어느 추억이라도 찾을 수 있는 곳! 러브 사라’로 오세요. 

 

성공이다. 메튜와 이자벨라는 제과 명인이었다. 네 사람이 똘똘 뭉쳐 멋진 빵집을 만들었다네. 이 모든 것은 사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줄곧 희망을 이야기하게 하는, 줄곧 아름다운 소망을 이야기하게 하는, 줄곧 해내리라는 가능성을 읽게 하는 따뜻한 영화였다.

 

진지함은 아쉬웠다. 앞에서 말한 대로 사라의 죽음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고뇌가 밑바닥에 좀 더 섬세하게 흘렀어야 하지 않을까. 기본 화성이 없이 새로 만든 대위법을 적용해 버린 듯한 억지스러움이 내내 따라다녔다. 작위적인 스토리텔링이 영화의 깊이 다지기를 놓치게 한 것이 아닐까. 

 

수많은 종류의 빵이 등장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시청자로 하여금 꼭 먹어보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하지 못한다는 것. 그냥 가볍게 내놓고 사라지는 빵들이 참 아까웠다. 내 좁은, 낮은 시력 탓일까?

 

다행히 영화 <해피 댄싱>의 배우 '셀리아 아임리'의 무게가 시종일관 영화의 가벼움을 다독거린다. 연기란 곧 연륜이 좌우한다. 인생 또한 그렇다.

 

어쨌든 내게는 가까우면서도 제법 거리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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