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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술 먹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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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술 먹는 날!

 

오늘밤 야광 눈을 뜬 고양이들이 나의 걷기 속도를 웃고 있겠지. 한밤중에! 그렇대도 달리자.

 

 

'술 먹는 날?'

'술을 마시지 않고 먹어?'

아니, 왜? 술을 마시지 않고 먹음요? 술 먹는 날이면 내가 먹는 음식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안주이기 때문이다.

 

소주를 티스푼 한 모금 정도 식도에 흘려보낸다. 이후, 두 번째 소주 한 모금을 내장으로 흘려 넣기 전 안주를 입 안에 쑤셔 넣기가 진행된다. 이때 먹는 안주가 아마 커다란 어른용 숟가락 10회 아니 20회는 될 것이다. 그것도 숟가락 가득! 가난이 시대적 양상의 보편이었기에 내가 먹는 숟가락 고봉의 안주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안주를 무려 마신 술의 수십, 아니 수백 배는 될 정도로 쑤셔 넣는 이유는 또 한 군데에서 파악할 수 있다. 집 밖 술자리는 대부분 일터 회식이다. 일터 구성원 중 나는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짖어야 할 때에 도착해 있다. 겁이 난다.

'혹 술에 취해 술주정을 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여 나는 언제부터인가 더더욱 안주 섭취의 양이 늘어났다. 그렇다고 집에서 먹는 술은 안주 없이 내장을 강타시키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도 얼마 전 우리 탬이 움직였던 대형 행사 끝 회식이다. 날씨에, 저녁 기온에 대비해서 옷을 단단하게 겹으로 입었다. 바지를 둘이나 입었다. 차림새도 최대한 움직임이 수월한, 넓은 면적의 치마 선을 떠오르게 하는 핫바지 스타일의 통바지를 입었다.

 

적당량의 술을 마시고 최대한 몸보신이 가능한 안주를 섭취한 후 나는 중소도시의 인적 드문 한밤중 거리를 걷게 될 것이다. 소주 서너 잔 정도 섭취한 후 걷는 길은 내가 사랑하는 김연아의 아름다운 예술혼이 숨 쉬는 스케이트 날 위를 함께 날아다니는 기분일 것이다. 

 

천천히 나의 일터 마감을 위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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