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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일터 대형 행사를 치러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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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대형 행사를 치렀다.

 

행사 후 남는 물체는 서서히 생명을 내려놓는 풍선들이다.

 

어제 일터 큰 행사가 있었다. 일찌감치 잠을 자려고 작정했다. 저녁 식사로 돼지갈비찜을 먹었다. 소주를 딱 한 잔만 했다. 역류성 식도염이 지속되고 있어 이제는 술 마시기도 겁이 나더라. 잘했다. 달짝지근한 약밥에 돼지갈비찜을 먹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기도 했으나 입가심으로 한 소주 한 잔이 저녁식사 메뉴의 부조화를 잦아들게 했다.

 

머리 감기도 생략했다. 일찍 자기 위해서는 머리 말리기를 할 수 없으므로 머리 감기를 하지 않는다. 정수리 부근의 머릿발이 살아있도록 머리를 올린 채 저녁 생활을 했다. 꽤 무게가 나가는 머리핀이 부담이었지만 머리를 말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은 어쨌든 마음을 가볍게 한다. 잠에 쉽게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체중 조절을 위한 실내운동은 필요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후편을 보면서 실내운동 4세트를 완료했다. 고기를 많이 먹었으므로 온몸 털기 운동을 더했다. 제법 몸이 가벼워지자 아직 열한 시가 되지 않은 시각인데도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일터 행사는 한 건만 남았다는 것과 내 모습을 직접 보이는 것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대형 행사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가뿐하게 했다. 한해 행사가  끝났다는 생각까지 하고 싶었다.

 

유튜브 강의를 틀고서 잠자리에 들면 잠자기가 쉽다. 요즘 활용하는 수면 패턴이다. 매우 효과적이다. 어젯밤은 어떤 강의였더라. 제목도 떠오르지 않지만 수면제의 역할을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러고 보면 내 불면은 그리 난해한 것은 아니었다. 늘 불면을 다독거릴 수 있는, 혹은 수면제의 대체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물심양면으로 적용되곤 했던 듯싶다.

 

통잠은 아직 아니지만 어제의 경우 두 번을 깼는데 한 번은 열한시 삼십 분쯤, 또 한 번은 새벽 네 시 삼십 분쯤이었다. 처음에 다시 바로 잤으나 새벽에 깬 잠은 다시 잠들고 싶지 않았다. 젊은 시절 사고방식이 재발했다. 

'아, 기쁘다. 이 시간, 이 소중한 시간을 내가 깨어있을 수 있다니~, 수면의 여신이여 고마워라!'

 

인간, 나는 참 모순된 자이다. 늘 그렇다. 시력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될 일이었다.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 적당하게 그리 비효과적인 일은 아니라고 변명하는 방법으로 나는 내가 평소 간절해하는 분야를 유튜브를 통해서 공부한다고는 하지만 우선 읽던 책을 읽어야 했다. 그토록 읽고 싶어 한다는 심사를 애타게 전달하여 대여해오게 했다면 어서 읽어야 하는데, 세상에나! 나는 그 아까운 시간에 휴대폰 검색을 한 것이다. 반성한다.

 

큰일이 한 번씩 있을 일이다. 혈액을 솟구치게 한다.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삶의 맛을 느끼는 기회라는 것! 그것이 어떤 맛이든지 만나볼 만한 일이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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