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레저 5
가족 톡방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 잘못되었다. 시립도서관에서 무려 세 권의 책을 한꺼번에 빌려왔다. 빌려다 준 이가 빌려온 날부터(토요일) 자꾸 상기시킨다.
"반납일이 한 권은 3월 2일까지이고, 두 권은 3월 4일까지야. 어서 읽어!"
"왜 영화 봐? 책 안 읽어?"
"시간 아껴. 어서 책 읽어."
이런, 이런, 이런!!!!!
안 되겠다 싶어 책 두 권을 들고 반신욕을 시작했다. 무려 두 시간이나 했다. 물속에서 잘 뻔했다. ㅋ. 왜 잠은 잘을 자야 될 시간에는 나를 멀리하고 아닌 시간에만 곁에 와 있는지. 일백 페이지를 다 못 읽고 나왔다.
어서 저녁을 먹으란다. 언제 밥 먹고, 언제 씼고, 언제 책 읽음? 짜증을 좀 내려다가 꾹 참았다. 사는 게 뭔지. 책을 좀 반납하면 빌려오고 그러지. 어휴~
숨 쉴 시간도 없다. 김혜리 영화 평론가의 영화 산문집 「묘사하는 마음」을 읽고 있다. 매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나에게 헛헛한 웃음 한 조각씩을 휙 던졌다가 다시 데리고 나오곤 한다.
"관둬라. 너 영화 리뷰라고 쓰는 것. 그만해라. 네가 쓴 글들 읽고 사람들이 웃겠다."
그러다가도 또 금방 돌아서서 나 스스로에게 던진다.
"어때, 너, 영화 평론가도 아니잖아. 괜찮아. 마구마구 써. 김혜리 선생님처럼 영화 전문 용어 집어넣고, 구 시대의 영화 산물들 들먹여서 비교하고, 총괄하여 의미 발라내고, 그러지 않아도 됨. 오키? ㅋㅋㅋㅋㅋ"
하여, 오늘 주제 잡아 일기를 쓸 시간이 없다. 어서 책을 읽어야 했다. 덕분에 이빨 앙당 물고, 부끄러움을 또 무릅쓰고, 지난해 연말 오랜 기간 끝에, 마침내 완성했다 하고 마감하여 덮어버렸던 그림을 올린다.
'히스 레저 5'
그를 그린 다섯 번째의 것이다. 챙피스럽지만 눈 딱 감고 올린다.
영화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 히스 레저 5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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