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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러려니'를 읊고 사는, 그는,
'그럼 그렇지'를 죽음 뒤끝 마무리 언어로 짧은 호흡을 되새김질하던,
소설 「 제5 도살장 」속 주인공의 언어를 베껴 쓰면서 사는 듯하던, 그는,
처음과 시작이 없이 마구잡이로 사람 앞을 들이대는 세상,
휘몰아치는 사람들의 물결에,
어떠한 반응도,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겠다던,
온몸을 철퍼덕 바닥에 드리눕던 고 녀석.
장대비 이틀, 여름을 차마 못 넘기고 문득 멈췄던 날,
들입다 원목 가득한 바구니를 부리더니,
단 한 마디의 문자도 내뱉지 않고서 줄곧,
쌓아대던 그의 성.
그의 꿈은 어떤 상승이었을까.
그의 소망은 얼마나 단단한 성을 건축하는 것이었을까.
그 성에 담겨 그는 어떤 잠을,
차라리,
매일 자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여전히 살고 있는지.
그는 아직도 묵묵한지.
그는 무던히 세상이 겨누는 선 날 앞에도,
무심한 듯,
두 눈 깜빡하는 무반응으로 낮은 승리의 미사를 집전하는 듯,
세상을 향한 붉은 세례의 핏물을 파란 십자로 내리퍼붓고 있는 것인지.
그는 과연 살고 싶었던 것인지,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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