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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이 성을 쌓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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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러려니'를 읊고 사는, 그는,

'그럼 그렇지'를 죽음 뒤끝 마무리 언어로 짧은 호흡을 되새김질하던,

 

소설 「 제5 도살장 」속 주인공의 언어를 베껴 쓰면서 사는 듯하던, 그는,

 
 
그가 쌓은 성 1

 

처음과 시작이 없이 마구잡이로 사람 앞을 들이대는 세상,

휘몰아치는 사람들의 물결에,

어떠한 반응도,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겠다던,

온몸을 철퍼덕 바닥에 드리눕던 고 녀석.

 

 

 

그가 쌓은 성 2

 

장대비 이틀, 여름을 차마 못 넘기고 문득 멈췄던 날,

들입다 원목 가득한 바구니를 부리더니,

단 한 마디의 문자도 내뱉지 않고서 줄곧,

쌓아대던 그의 성.

 

그가 쌓은 성 3
 
 

그의 꿈은 어떤 상승이었을까.

그의 소망은 얼마나 단단한 성을 건축하는 것이었을까.

그 성에 담겨 그는 어떤 잠을,

차라리,

매일 자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가 쌓은 성 4

 

 

그는 여전히 살고 있는지.

그는 아직도 묵묵한지.

그는 무던히 세상이 겨누는 선 날 앞에도,

무심한 듯,

두 눈 깜빡하는 무반응으로 낮은 승리의 미사를 집전하는 듯,

세상을 향한 붉은 세례의 핏물을 파란 십자로 내리퍼붓고 있는 것인지. 

 

그는 과연 살고 싶었던 것인지,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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