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영화

아호, 나의 아들

반응형

 

 

아호, 나의 아들  A SUN

 

 

대표 포스터 영화 홈에서 가져옴

 

대만

드라마

전체 관람 가

155분

 

청몽홍 감독

이웬첸(진이문), 가숙근 무건화, 유관정 등 출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작품

 

수상내역

2020

14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 (여우 조연상)

2019

56회 금마장 ( 장편 영화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관객상)

 

 

분명 자식이 둘인데 하나만 보였던 때가 있더라고 어느 지인도 그러더라. 자식 중의 자식. 유난히 한 자식만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더라. 그리고 여전히 한 자식만 보이기도 한다더라. 

 

하나 치우침이 지나치면 하늘이 이를 가린다지 않는가. 어느 날 진짜 하나가 된 자식. 그 자식은 둘인데 하나만 보이던 자식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았던 자식 둘의 하나였다.

 

마침내 깨달은 이제 보이기 시작한 자식을 위해 부모가 움직인다? 움직여야 한다. 한때 안 보였던 자식이지만 이제 보인다. 지금껏 봐주지 않은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넘어 진짜 자식에  대한 예우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지나치게 정성 들여 키운 자식의 자리를 이제는 자식에게 넘겨주고 진정 부모의 정이 필요한 자식에게 정을 옮겨야 한다. 평소 보였던지, 보이지 않았던지 자식은 자식이다. 자식을 위해서 무엇을 못 하랴. 한데 이미 장거리를 와 버린 여정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속에 사람을 내던진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우리 엄마는 늘 이야기하셨다. 우리집은 무려 여덟이었다. 둘이 아니었다. 우리 엄마는 자식 여덟이 모두 보인다고, 늘 보인다고 어느 틈새 단 한 번도 '내 눈에서 빠진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쩌자고 이 영화 속 아버지 '아원'은 한 자식만 보였을까. 여덟 자식. 대체 여덟을 어찌 키우셨는지. 나는 지금 자식 하나라도 힘이 드는데(하긴, 이젠 다 컸다고 자기 인생이니 자기가 살겠다는 식의 언행이 보이니 그러려니, 나도 내 인생 살자 하고 물러나 있지만) 라고 말씀드리면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지.

'내가 키웠다냐, 너희들이 컸지.'

고마우신 우리 아버지. 한데 아원에게는 두 자식이었으니, 물론 하나보다는 어려웠겠지.

 

아버지 아원은 운전 강사다. 어머니는 미용사. 평범한, 오직 자식 교육이 희망인 한 가정. 우리네 가정 그대로를 옮긴 듯한 어느 집. 오직 장남이 생의 전부인 듯 사시는 아버지. 아버지의 커다란 기대가 너무 무겁지 않을까 걱정되는 장남. 장남은 아버지의 큰 기대와 끝없는 보살핌(이것도 아버지의 기준에서) 속에 의대 입학 재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그의 이름은 '아하오'. 어머니는 아버지의 뜻대로 사시는, 우리 의식 속 그대로의 어머니 모습의 어머니.

 

그리고 둘째 아들 '아호'. 그는 문제아이다. 소년원까지 들어가게 된다. 폐기 처분한 물건처럼 취급하는 부모의 언행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아호는 문제아에서 최첨단 구제 불능까지 치닫는다. 결국 이런 저런 상황이 연속으로 펼쳐지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데~, 아, 너무 기대가 컸던지. 형마저, '아하오'마저?

 

결국 풍비박산에 처한 듯이 보이는 데도 오직 가족의 희망은 빛의 존재인 형 아하오. 그가, 아하오가 빛을 힘들어한다. 아버지의 기대 범위 안에서만 자기 삶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그는 견디지 못한다. 가속의 함정 속에 던져진 아버지의 빛이 장남을 힘들게 했으리라. 장남은 그 어색한 빛을 부순다. 산산조각을 낸다. 그가 지금껏 살아온 삶은 자기 삶이 아니었다. 부웅, 공중에 부유하는 주인 없는 삶이었다. 

 

부모 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사실은. 진정 가장 어려운 일이 부모의 위치이더라. 눈물샘, 콧물 샘 다 뽑으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나 너무 많은 경험을 살아버린 나는 첫 아들이나, 둘째 아들이나, 그리고 어미며 아비며 모두 안쓰럽고 안타깝기만 하더라. 한숨 푹푹 내쉬었을 뿐, 눈물은 흐르지 않더라.

 

형의 조각난 삶의 끝 아호가 사람 노릇을 해야 하건만 부부에게 들려오는 아호의 소식은? 아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이제는 하나 중 하나인 신분의 아호, 그가 진정 아들로 서는 것은 아직 때가 아닐까? 아호의 여자 친구가 안고 있는 생명체는 무엇인가.

 

가정. 근현대를 사는(거창하게~), 어느 서민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 그러나 이미 지나간 옛이야기처럼 보이는 것은 또 뭔가. 현대는 무섭게 달리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이미 살아버린 세계라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의 현실을 누군가가 들여다봤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하는, 동조하느라 바쁘게 하는, 마침내 공유하면서 함께 젖게 하는 분위기. 그런 영화. 시골 이발관에서 졸면서 들을 법한, 혀 끌끌 차면서 들을 법한 그런 유형의 영화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또 어쨌든 빤한 이야기였던 스토리 전개의 아쉬움이 컸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평점은 드높았다.

반응형

'문화·예술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 걷다  (88) 2024.01.27
파이트 클럽 FIGHT CLUB  (71) 2024.01.05
내가 속한 나라  (65) 2023.12.20
마더링 선데이 Mothering Sunday  (31) 2023.12.11
청춘의 증언 Testament of Youth  (54) 202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