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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내가 속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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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나라

- '나 그리고 우리,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쓰고 보니 나와 우리 또한 들어앉아 있는 상황이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나는 단지 물러설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돌아서야 한다. 무엇이 먼저인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전지구적인 차원으로 결심해야 할 문제이다.

 

대표 포스터. 영화 홈에서 가져옴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독일

러닝타임 102분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

줄리아 험머, 바바라 오어, 리키 뮐러, 벤드 토버, 캐서리나 슈틀러 등 출연

 

2001

15회 씨네키드 영화제(씨네키드 명예상)

2000

41회 데살로니키 국제 영화제(각본상)

 

이념이라는 것이 왜 사람을 잡는가. 영화 홈에서 가져옴

 

 

영화 '어파이어'를 검색하다가 감독 크리스티안 페졸트를 발견하였다. 그의 작품을 검색하게 되었다. <운디네>, <바바라> 등 그의 영화를 상당수 시청하였다. 나는 이미 그의 작품에 젖어있는 상태이다. 내 뇌의 상태는 그저 영화로 족하다. 감독이며 배우들의 이름까지 낱낱이 기억하기에는 너무 많은 세월을 살아버렸다. 페졸트의 영화는 무척 인상 깊게 남아있는 것들이다. 내가 본 그의 영화들 모두 참 색달랐다는 생각이 들어 나무 위키까지 가서 그를 검색했다. 그의 첫 장편을 아직 못 봤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부모의 언행으로 자기 생이 좌우되는 순간을 맞이하는 소녀는 어떤 심정일까. 영화 홈에서 가져옴/

 

 

<내가 속한 나라>

 

크리스티안 페졸트의 첫 장편이란다. 즐겨 먹지 않은 치킨에 대낮부터 와인을 두 잔 마신 후 졸졸 따라간 드라이브까지. 두세 시간여 까북까북 졸다가 돌아와 마저 본 영화. 다른 작품에서 읽을 수 있었던 어떤 강한 사람 냄새를 지닌 뭉텅이를 소유한 줄거리. 담뿍 거미줄을 엮어가는 진행이 그의 첫 작품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영화에는 독일인의 숙명이 바닥에 깔려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전쟁은, 분단은, 혼돈은, 인간들이 만든 것일 때면 꼭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 부실 공작 사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전쟁은 아니라는 생각을 확연히 들게 했다. 어쩌자고 어른들은 그런 짓을 해놓고서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후손들이 겪게 하는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줄곧 영화를 시청했다. 내 상식 속의 독일을 안고서 나는 영화를 완독한 셈이다.

 

잔은 아마 동부 독일을 사는 부모의 딸이리라. 바쁘게 피신 중인 부모를 따라 떠도는데 그 여정에 우연히 곁을 서성이는 한 남자를 만난다. 부모 세대가 저질러 놓은 불안의 소용돌이를 휘돌던 잔에게 남자는 만나자마자 기대고 싶은 열망까지 갖게 한다. 남자가 말한 자기 상황이 너무 근사하기도 했다. 그의 집안은 빌라도 가지고 있었다. 자는 충분히 부러워할 만했다. 빌라. 안식처로 연결된다.

 

긴급 피신은 사랑이라는 용어를 용납하지 않는다. 어쩌면 순간 쏠림이었을 수도 있으니 다행일 수도 있겠다. 잔은 남자를 아쉬워하면서 부모와 함께 피신을 계속 진행한다. 잔의 부모는 마치 이어달리기를 예약한 듯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난다. 피신의 방법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하나 피신은 어두운 상황에 직면한 사람이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개인의 일이 된다. 대부분 그렇다. 평소 자기 온 힘을 다 바쳐서 상대에게 도움을 주겠다던 사람이 이미 숨은 후다. 잔의 부모 지인이었던 이들도 당연히 그런다. 인간이므로.

 

나만의 길을 갈 수 있는 나이도 되었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부모 주변. 무엇이 옳은가. 영화 홈에서 가져옴

 

 

잔의 부모는 만나는 사람마다 기대하던 바와는 이미 다른 사람임을 확인한다. 심지어 잔의 엄마가 사랑했을 법한 한 남자까지 만나게 되는데 뜻밖에 그가 잔의 엄마에게 내뱉는 문장 하나가 이렇다.

"딸은 아버지의 모습을 전혀 닮지 않았군."

피신 중에 눈치만 유독 빨라진 잔이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나의 아버지는 누구인가요?"

이 영화는 복선은 깔되 배선을 깔지 않는다. 배선이 무엇이냐고? 등가죽에 영화 줄거리의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세워놓은 선 같은 것 말이다. 나는 끝나도록 잔과 같이 다니는 부모 중의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인지 가짜 아버지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감독은 이에 대하여 어떤 의미도 내보이지 않았다. 혹 이 부분이 이 영화가 의도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나의 억지일까.

 

잔의 부모는 결국 잔이 서핑을 소망하는 꿈을 지녔던 한 남자가 말한 빌라로 피신하게 된다. 급기야 잔은 빌라를 사는 남자를 꿈꾸게 되고 꿈은 현실이 되고 결국 그를 찾아 피신으로부터 얻는 모든 피로를 푼다. 진정 사랑이었다. 사랑은 그래, 사랑은 뭐 어쩔 수가 없어. 두 젊은이는 진짜 사랑일까를 자문자답하는 내 입장이 느껴졌는지 함께 이 영화를 보던 언니가 혼잣말로 말한 내용이었다.

'사랑은 어쩔 수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아웅다웅하는 모녀지간, 부녀지간 틈새로 잔의 남자가 입장하고, 그리고. 더 이어지면 이 영화에 대한 영락없는 스포이다. 멈추자.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홈에서 가져옴. 확실히 보여주지는 않지만 상실 앞에 서 있는 잔은 어떤 심정일까. 영화 홈에서 가져옴.

 

 

글을 쓰고 난 뒤에야 영화 홈을 들어가서 기본 정보를 살폈다.

 

아, 잔의 부모는 좌파 테러리스트였다. 뭉뚱그려진 현재를 나는 이념 전쟁으로 파악하질 못했다. 동서 분단 상황의 영화가 아닐까 했다. 혹은 통일 후 동독 출신의 생활 혹은 분단 상태의 동독에서 저항과 밀항을 함께 꿈꾸는 부부로 생각했다. 한데 좌우 이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란다.

 

좌파 부모로 인해 15년간을 쫓기면서 사는 생활을 해야 하는 소녀는 사춘기의 본능조차 생 무덤을 파서 담았으리라. 유행도, 흐름도 이성도 멀리한 채 살아야 하는 소녀. 그녀에게 어느 날 남자의 손길이 닿고, 대화의 터널을 건너게 되고 마침내 현실적인 도움도 받게 되고.

 

잔느는 운명이라고 여기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남자는 헌신적(지나친 확대 해석인가?)이라고 할 만큼 순수 절정의 마음을 잔느에게 내보인다. 아무리 현실을 비껴가면서 살아내야 하는 소녀일지언정 소녀의 근본적인 감성이며 이성은 자리한 채로 그대로이다. 드디더 다른 십대소녀들이 입는 의상을 구해 입어보고 싶고 남자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도 듣고 싶고 남자의 너른 가슴팍에 안기고도 싶을 것이다.

 

흐트러진 채 망망대해를 떠돌던 잔느에게 그녀 주위를 떠돌던 핀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호텔에서 강도를 당한 부모가 좌우 이념을 떠나서 독일로 복귀해야만 하는 현실을 도와줄 정보가 잔느에게 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결국 사람이다. 잔느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순수 사내는 잔느를 오해하고 잔느는 거칠게 그를 떠나는데 남자는 그런 잔느에게 배신의 심지를 굳게 박는다. 배신? 글쎄, 배신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소통할 수 없는 인간관계는 그렇게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이어 잔느의 가족이 맞게 되는 상황은 어긋남이 보여주는 인간사이다. 정석이다. 그 정석의 상황은 뭘까? 자, 영화를 보라. 어떤 쪽으로 발걸음을 하는 것이 옳은지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는 그리하여 잔느에서 시작하여 딸 잔느로 마친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감독은 무엇을 표하고 싶은 것일까.

 

독일인다운 영화라고 하면 억지인가. 크리스티안 페졸트의 개성 강한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독일 영화들은 대부분 그렇다. 이성을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 감성을 온몸에 안고 이성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엮어가는 영화. 이성이 주는 밥마저 거부하겠다는 감성. 그러다 보니 감성마저 단단한 이성의 굴레 안에 고이 잠들어 있는 듯한, 그런 분위기. 돌아보건대 크리스티안 페졸트의 영화는 특히 더 그렇다. 딱 독일인의 얼굴이다. 눈빛이며 그들의 폼이다. 그리고 그들의 뇌 굴림이다. 이 영화에도 잔뜩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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