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 애를 뇍인다
다자녀였다.
현재 시점이라면 전 가족의 생활비가 국가의 복지제도 차원에서 지원될 정도의 다자녀 가족이었다. 우리 집은.
그러나 핵가족으로 자랐다. 나의 성장기는.
윗 형제자매는 유학길에 올라 있었다.
자나 깨나 자식 교육이 삶의 전부였던 내 어머니, 내 아버지.
유학길에 오른 윗 형제자매들은 숫자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잦은 소음을 건네 왔고
부모님과 함께 살던 우리라고 조용할 리 없다.
말 그대로 어린것들이지 않는가.
그럴 때마다 땟국물 잔뜩 얹은 몸빼 차림의 어머니는 말씀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달래셨다.
'새끼들이 에미 애를 뇍인다.'
땀이 흐르는 이마를 훔치는 듯 마는 듯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쭈욱 펴면서 딱 한 마디.
이제 에미 애를 뇍이던 아들딸들이 '에미'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애'는 그 어원이 한자의 '腸(장)'
애는 '초조한 마음속'이나 '몹시 수고로움'이란 뜻. '매우 안타깝고 초조하여 속이 상할 적'에 쓴다.
'뇍인다'는 '녹인다'의 사투리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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