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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이런 묘한 기분을 일상처럼 지나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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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묘한 기분을 일상처럼 지나쳐야 할까. 빈번해질 텐데 이를 어쩌지.

 

 

복잡한 심사이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거무튀튀한 색으로 망토를 걸친 봄날 아침 구름의 하늘이 비를 예감하게 했다. 몇 걸음, 늘 걷던 길의 출근길이 불안했다. 기분 때문인지 부슬부슬, 형태를 만질 수 없는 액체 방울이 얼굴에 부싯부싯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 감을 볼 수 있어 신이 구조한 공간이 내 육신을 둘러싸고 있어 그 안에 신의 액체가 발산되는 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였다. 거짓말 같지만 나 스스로 너무 의아해 눈썹 위로 혹 내려앉은 액체 방울이 있지 않을까 싶어 핸드폰 거울로 확인할 정도였다. 다만 눈썹 위에도 액체 방울은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둘레길을 걸으면서 출발선의 원점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더욱 생생하게 액체 방울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미세한 구멍을 지닌 물뿌리개를 들고 나를 향해 물 조리질을 하고 있나 생각될 정도였다. 바삐 걸은 걸음으로 우리 집이 속한 건물 앞에 서게 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얼른 집에 올라가 우산을 들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조바심을 낼 지경에 이르렀다. 몸과 마음이 우왕좌왕 어느 길로 나아가는 것이 옳을지 한참을 서성거렸다. 롱 니트 카디건이 후드라는 것에 안심하고 앞으로 길을 나아갔다.  다행히 출근길의 원점을 지나쳐 아파트 둘레길 코스 한 바퀴를 제법 벗어났다 싶으니 구름이 지닌 검은 기운이 서서히 사라졌다. 이내 태양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도 몸도 날로 팽창해지는 기분이다.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양약 대여섯 종을 내세워 괜스레 몸무게가 증가하면 이것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썼던 기사를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스테로이드에 수면제에 항히스타민제와 항우울제이던가. 기사에 등장한 양약들을 내가 취하지 않고 있으며 취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복용할 생각이 없는 까닭에 그만 약의 종류들을 잊고 말았다. 한데 요즘 내가 그런 기분이다. 몸무게가 나도 모르게, 잠만 자고 나면 증가해 있다는 기분. 최근 몇 해 이렇듯 육신의 갑작스러운 팽창감을 인지한 것은 처음이다. 젊다면 참 즐거운 기분일 것도 같다. 나이 아직 어리다면 볼살이 탱탱해지는 기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근육이 단단해지는 든든한 기분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나이 들어 이런 기분을 맛보고 보니 혹 내 몸에 침범한 바이러스가 급하게 자기 생명력을 키우고 있지 않은가 싶어 걱정되기도 하다. 특히 뱃살이 퐝퐝 팽창하고 있는 듯한 이 기분은 뭐라고 해야 할까. 나의 몸에 침범한 어떤 기운에 맞대응하여 그 기운이 내게 어떤 목표를 내걸고 도전해 오는 싸움에 임해야 되나. 어쨌든 먹는 것을 좀 줄이자고 다짐하면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걸었던 출근길이었다.

 

대체~

 

일터에 도착했고 사람이 지나쳐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음식 섭취에 여념이 없는 까치에게 말을 좀 걸어볼까 하다가 바로 건물로 들어섰다. 녀석들은 봄이 되었나 싶은 날 이전부터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쪼아 먹느라 아침이 바쁘다. 얼마 전에는 갓 심어놓은 팬지와 데이지 등의 일년초 꽃을 깡그리 쪼아 잡수셨다. 일부러 거친 인기척을 드러내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걸러야 하는데 일터 카페가 있는 1층에 들어서기만 하면 커피가 생각난다. 마시지 않아야 됨을 잘 알면서도 왜 붙잡고 싶어 하는가, 아침에 눈을 떠서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는 입 안까지 가득 차오른 역류성 내장의 기운 때문에 결코 마시지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 왜 아침이면 이를 실천하지 못할까. 나는 문책하려다가 그만 멈추고 마음이 가는 대로 디카페인 커피를 한잔 만들었다. 카페를 나와 4층 내 방으로 올라가서는 종일 마시게 될 물을 두 군데의 병으로 나눠 담아 컴퓨터 곁에 장착해 뒀다. 오늘 하루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출발하자. 오늘을 위한 시작.

 

컴퓨터를 켜고 크롬을 켜고 일터 내 방 창문을 두 짝만 열고는 이곳에 들어와 있다. 블로그. 오늘은 열자마자 좀처럼 확인하지 않는 왼쪽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맨 위 내 블로그 방 이름부터 쭉 아래로 훑어 내렸다. 아뿔싸. 이게 무슨 일이람? 고정해 놓은 메뉴 하나가 사라졌다. '애드 핏 관리'가 사라졌다. '애드센스 관리'만 있었다. 내 손으로 제거한 적이 없는데 애드핏이 사라지다니. 무슨 일일까. 내 블로그, 내 방. 내가 삽입하였던 내용이 나도 모르게 사라지다니. 

 

어떤 이가 자기 블로그 글로 애드 핏 블라블라 운운했길래, 그 사람 애드 핏을 참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길래, 자기 방식을 자세하게 안내하여 따라 하라길래 나도 설치했다. 그다음부터 광고가 이상하게 떴다. 첫 시작 글 위에 뜨는 애드센스 광고가 뜨질 않았다. 아마 애드 핏과 애드센스 자리가 중복되지 않았나 싶었다. 단지 그렇지 않았나 싶었을 뿐 '그렇다'라는 확신은 할 수 없었다. 하여 돌리기를 실행하지 않았다. 수정을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무서웠다. 세상에나 컴퓨터질이 무섭다니. 어느 날 한 방에 휘익~ 블로그 글이 몽땅 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경험으로 확인한 그 날 이후 다시, 블로그 개편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것은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건 기대는 그저 나의 루틴이 될 수 있는 매일 한 품 이상씩 글쓰기를 공개적으로 하자던 것이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치자는 방식이 블로그 수익에 대한 기대였다. 이미 급강하로 기대치를 낮췄다. 이미 수익 자체에 대한 부푼 꿈은 접었다. 그러므로 애드핏과 애드센스가 각자 자기 자리보전을 하겠다고 싸우는 양상을 확인하면서도 내버려 뒀다. 될 대로 되라지. 그저 글을 매일 올릴 수 있으면 된다는 쪽으로 기울어있던 차였다. 한편 어찌 애드핏을 좀 쏵 지워버릴 수가 없나 싶은 것도 또 사실이었고. 남들도 다 하는 것이니 나도 한번 해 보자. 용기를 백 배를 하여 클릭하자. 그야말로 컴린이인 주제에 되나 깨나 매일 실행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출발했던 이곳이니 어찌어찌해서 블로그를 만든 것도 용한 일이니 굳이 융통성을 발휘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여 가끔 우연히 접한 '티스토리 블로그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라는 메뉴가 읽혀서 읽어보곤 하면서도 멈췄다. 나도 인간인지라.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 또한 굴뚝같았다. 이놈의 애드 핏을 확 치워버리고 싶었던 것도 말한다.

 

이런저런 유의 왔다 갔다 왕복하는 다짐 위 좀스러운 마음 한쪽에서는 또 기세를 올려 야단이다.

"좀 화려한 블로그가 되게 할 수 없나? 왜 늘 제자리걸음인가. 매사, 이렇게 재미가 없는가. 제발 좀, 변신을 시도해 보라. 보고 배우라. 배워 실행하라. 늘 그렇고 그런 식의 삶을 살 것인가. 기왕 하자고 마음먹었으니 보다 더 확실하게, 하는 것처럼 운용하는 것. 부디 시도해 보라."

고들 아우성이다.

 

머뭇거리고 있던 참이다. 확 지워내려는 애드 핏 광고 영역을 어찌하면 한 번에 없앨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었다. 한데 오늘 확인한 바에 의하면 감쪽같이 애드 핏이 사라졌다. 시도를 하고 하지 않고의 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한 행동이 아닌데도 어떤 힘에 의해 나의 블로그 메뉴가 변해있다는 현실이다. 비단 이곳 블로그만이 아니다. 나를 침범해 오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느닷없이 내 인터넷상의 일상에 침투하여 나를 놀라게 하는 첨단 권력의 가시. 내게 자꾸 가시가 박힌다.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타고 들어온 것이 나를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아마 알고리즘도 과도기인 듯싶다. 정확한 패트를 읽어내지는 못한 듯싶다. 그래, 단지 알고리즘이니까. 하기는 요즈음 한참 기세를 올리고 있는 '쳇 GPT'도 그런다더라.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요. 아직은 내 멋대로 할 수 없어요. 당신이 차단했잖아요.'

 

 

 

바라만 보는 것은 차라리, 매우 쉽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그렇다면 나에게 적용되는 알고리즘은 대체 어떤 상태? 알고리즘(algorithm)은 수학자이자 이라크의 바그다드 땅으로 여겨지는 곳의 왕립 의회 의원이었던 이븐 무사 알-크와리즈미(Mohammed Al Khwarizmi)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순서화된 절차를 말한다. 알고리즘의 시작에는 기본적으로 만족해야 할 조건이 있었다.

- 0개 이상의 입력과 1개 이상의 출력이 있어야 한다.

- 종료되어야 한다.

- 모든 명령이 실행 가능해야 한다.

또한 알고리즘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알고리즘을 찾아야 한다. 또한 알고리즘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분류 기준도 역시 다양하다. 

 

다양한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중 나에게 적용되는 알고리즘이며 그 알고리즘은 어떤 구비 조건을 갖춘 채 진행되고 있을까. 그래, 저 만족해야 할 조건 중 입력은 늘 있었다고 하자. 출력은? 내가 클릭하여 검색하면 어찌 되었든 출력이니 또 그것도 되었다. 종료는 어떤 범위일까. 종료. 나는 끊임없이 컴퓨터를 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곳만 클릭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 최극단의 사고가 머무는 이야기도 클릭하여 읽고 내 영혼을 불러 세워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최상의 음악과 글귀에 환장을 하면서 클릭을 하고 검색을 하고 내 넋이 주어진 내용을 취한다. 이 모든 행위 중 알고리즘은 어떤 것을 선택하여 나에게 '너는 이러이러한 자'라고 못 박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 방식이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이곳 블로그에서처럼 애드 핏이 제거되기를 바랐던 나의 소망이 관철된 것은 과연 누구의 힘인가. 나의 마음, 나의 블로그에서 애드핏 광고가 사라졌으면 하는 내 뜻, 그 뜻을 컴퓨터 자판에 입력한 적은 전혀 없는 듯싶은데. 어찌 애드 핏이 사라졌을까. 혹 이곳 블로그 플랫폼에서 자기들의 정책에 맞지 않아 마구 삭제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당신의 블로그에 있는 애드핏 광고를 없애버리겠노라는 메일을 진즉 준 적이 있는데 내가 확인하지 못한 것일까. 그렇다면 만약 그랬다면 왜 내게 공식적으로 묻지 않는 것인가.

"당신의 블로그, 매일매일 되든 안 되든 열심히 한 편씩의 글을 올리는 지고지순한 당신, 당신의 블로그에 있는 애드 핏 광고는 당신의 블로그에 도움이 될 일이 단 한 가지도 없으므로 기어코 제거해 드리려는데 어떻소?'

라는 물음을 내게 왜 해 오지 않았을까. 

 


이 긴 글을 누가 읽을까 싶어 하하 하하하, 허망한 웃음을 내리면서도 나는 이런 긴 글을 고집한다. 고집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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