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걸었다.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괴테를 전공하신 노교수님이
하늘을 향해 자기 비밀을 던진다
사람을 향한 한 줄 말씀이다
'괴테는 사랑으로 산다고 하셨어.'
한 달 전쯤 마련해 놓은
여러 장 종이 사이
끼인 사랑을 찾았다
조심스레 사랑을 꺼내와 펼쳤다
잔금 얽힌 사랑이 구깃구깃 잠들어 있었다
왜 나의 사랑은 묵은 지면 골골거리는 냄새와만 사는 것일까
하다 못해 부뚜막 주전부리 달그락거리는
검은 고양이 나비꽃 입술 위에라도 얹힌다면
창백한 한겨울
바싹 마른 대기 속
바스락거리는 코트 자락 언저리에라도 기댈 수 있다면
긴 세월 구전되어 온 옛이야기
고체화된 문자들의 획
귀퉁이라도 쓰다듬을 수 있다면
공식처럼 정해진 대화 깡마른 살이나마 기름지게 할 수 있다면
누우런 벽 위에 각진 사랑을 걸었다.
졸작이다. 며칠 전 거실에 붙여둔 캘리그래피를 보고 썼다.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시 한 편을 올린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두 시간을 경보 수준으로 걸었다. 아침 일기를 쓸 수 없었다. 오후, 40분 혹은 50여 분은 걸릴 것이라는 거리를 역시 경보 수준으로 25분에 걸었다. 무리했을까. 왼쪽 발등에 가벼운 통증이다. 중용 미학이 필요하겠다.
오늘도 반신욕에 핸드폰을 함께하지 않았다. 마음 단단하게 먹었다. 실천하련다. 철학서 요약본을 일백 페이지나 읽었다. 흐뭇하고 오지다. 뿌듯하다. 한때 열심히 했던 일이다. 회귀이다. 니체!
모든 철학자며 그들의 주장을,
"나는 모두 알고 있다.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어느 철학자의 명언을 따라 써본다. 내가 말하고 써서 궤변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위 문장으로 표현한다. 읽으면서는 마구 글이 쓰고 싶어졌다. 욕실을 나오니 저녁 10시 30분이다. 평소 쓰던 방식의 일기를 쓰기에는 너무 늦었다.
영화까지 보느라 하루가 빠듯했다. 오랜만에 일본 영화를 봤다. 니키사와 미와 감독, 야쿠쇼 코지 주연의 <멋진 세계>였다. 스크린샷도 여러 장을 만들었다. 어서 글로 쓰고 싶은데 영화 감상문을 많이 밀렸다. 언제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이 아쉽다.
아침 걷기를 위해 열한 시에는 잠들려고 한다. 똑바로 되려나 모르겠다. 걷기를 열심히 하는 날은 다음 날 아침 눈을 뜰 때의 기분이 참 깨끗하다. 일본에서 직구를 해 온 소화제의 효과도 한몫한다. 세상에나, 내장의 안부가 안갯속이라는 이유로 직구를 해 온 소화제를 먹어야 한다. 고마운 일이다. 입안이며 내장이 참 편하다. 내가 역류성 식도염을 지닌 자라는 생각을 잊게 하는 아침이 사랑스럽다. 힘차게 이불을 박차고 나온다. 기쁘다. 지속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노을 찍는 것도 잊었다. 아하, 겨울비가 내리는구나. 낮은 소리로, 아주 작고 귀여운 구의 모양으로 빗방울이 낙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내일 아침에도 내렸으면 좋겠다. 우산 속을 걷고 싶다. 운동화가 물에 젖으려나.
결국 밤 11시 37분에 이 창을 완료한다. 빗소리가 제법 뚜렷해진다. 지면과의 마찰 후 '통'하고 튕기는 빗방울의 힘이 눈에 선하다. 방울방울 봄이 담겨 있을 것 같다. 벌써? 어디 문을 열어뒀나? 집안을 한 바퀴 빙 돌아봐야겠다. 이런 밤이면 나는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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