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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청춘의 증언 Testament of 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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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증언 Testament of Youth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세계대전의 참상을 제대로 알려주는 최고의 책,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음

 

영화 대표 포스터. 영화 홈에서 가져옴

 

 

감독: 제임스 켄트

주연: 알리시아 비칸데르(베라), 킷 해링턴(롤랜드), 콜린 모건(빅터), 태런 애저튼(에드워드), 헤일리 앳웰(호프), 에밀리 왓슨(브리튼 부인), 도미닉 웨스트(미스터 브리튼), 안나 챈슬러, 조나단 배일리, 조애나 스캔런, 젠 머레이

 

드라마

영국

129분

12세 관람 가

2015. 4. 9. 개봉

 

원작 베라 브리튼(Vera Brittain)의 자서전인 ‘Testament of Youth: An Autobiographical Study of the Years 1900–1925, 청춘의 증언’. 이 책을 읽고 무려 6년의 공을 들여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순수 청년 둘, 에드워드와 빅터. 에드워드의 누나가 아름다운 강에서 물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영화의 막이 열린다. 에드워드의 친구인 청년 빅터는 여지없이 친구의 누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 역력하다. 집에 돌아오자 또 한 청년이 등장한다. 롤랜드.

 

베라. 주인공이다. 영화를 내내 이끌어가는 화자이다. 평화롭던 세월은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오스트리아 헝가리의 황태자가 살해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난도질을 당한다. 세상이 암흑천지가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다. 구구절절 사태의 원인이며 과정과 결과를 굳이 요점 정리하여 나열할 필요가 없다. 영화가 모든 상황을 말해준다.

 

베라는 지고지순한 숙녀이다. 당시 시대 흐름대로 잘 길러 적당한 곳에 시집을 보내려는 아버지 앞에 공부하겠노라고 나선다. 대학 입학에 성공한다. 독학이었다. 그녀는 옥스퍼드 대학 입학시험의 필수 요소였던 라틴어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데~, 구구절절 독일어로 써놓은 내용이 창의적이라는 데에서 교수들의 관심을 끌어 대학 입학에 성공한 것. 

 

영화 오픈 필름에서 봤던 세 번째로 등장한 총각 롤랜드는 베라의 희망 사항을 함께 타진해 준다. 동생과 동생의 친구 빅터 역시 베라의 입학에 큰 힘이 되어주었으며 장난처럼 시작된 에드워드의 장난이 실제가 된 빅터를 뒤로 하고 베라는 보다 진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롤랜드를 사랑하게 된다. 서로 사랑한다. 롤랜드와 베라는 작가라는 꿈의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기도 했다.

 

전쟁이 터진다. 넷 모두 옥스퍼드 땅에 있었으나 충성심이 젊은 남자 셋을 전쟁터로 보낸다. 극구 반대하는 부모 앞에 베라는 동생의 도우미가 되어 전쟁터로 향하는 동생에게 힘이 되어준다. 롤랜드도 물론 전쟁터로 향한다. 빅터만 옥스퍼드에 있다. 

 

에드워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참 정다운 오누이였다.

"난 누나의 동생이자 종이야."

"I dreamt an angel played me music. 천사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었어."

베라가 근무하던 야전병원에 죽음 가까이 상태로 온 동생 에드워드에게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줬던 것이다. 

에드워드는 생명을 되찾자 이번에는 프랑스에 주둔 중인 부대로 떠난다. 그리고 결국 죽고 만다.

그가 말했다.

"그 추억의 해는 지지 않아."

 

빅터가 베라에게 말한다.

"여자 친구 생겼어요?

베라의 물음이었다.

"있어요. 몰리라는 아가씨이지요."

롤랜드와 에드워드가 전쟁의 상흔으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휴가를 나왔다가 들어간 이후 아직 참전하지 않은 상태의 빅터가 자원 입대했던 것. 그리고 실명의 상태로 베라의 야전병원에 왔다. 베라가 자원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상해 혹은 죽음을 맞은 군인들의 병원 막사에서 베라를 만나 말한다.

"몰리는 없었어요. 당신을 사랑했지요. 당신의 물음에 만들어낸 여자 친구이지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결혼을 약속했으나 약혼 상태로 끝난 채 간호사로 일하는 베라가 청혼하자 빅터가 죽어가면서 말한다.

"저는 퇴짜를 놓겠어요."

 

두 번째의 휴가에는 결혼식을 올리자던 롤랜드. 결혼식을 몇 분 앞둔 시각에 자기 어머니의 입을 통해 베라를 만난다.

"베라, 롤랜드가 죽었어요."

자기 생을 이미 예감했을까. 롤랜드는 첫 휴가에서 베라를 멀리한다. 이에 베라가 이야기한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두렵지 않아. 두려운 것은 내 머릿속 상상이야."

둘은 화해하고 롤랜드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둘은 다름 휴가에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A lost generation'. 흔히 이 시대를 '잃어버린 세대'라고들 한다. 맞다. 통계에 따르면 캠브리지와 옥스퍼드의 남학생 30%만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을은 다음과 같이 소리쳤을 것이다.

"조국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그곳에 있었다."

베라와 수많은 전사자는 청춘을 잃고 꿈을 절단당했고 생을 총질 당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러 국가들 안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고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 민족과 민족의 다툼, 인종과 인종의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한 특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전쟁을, 분쟁을, 내전을, 무력을 꿈꾸는 이들의 생각을 베어낼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이 생에서든 다음 생에서든."

베라는 공부에 매진하려 하지만 전후 옥스퍼드에 돌아와 전쟁의 결과를 감당하지 못해 방황한다. 그때 그녀 옆을 지키던 친구가 말한다. 그녀도 야전병원에서 활동했음을 말하면서.

"That pain, was the same pain. That blood, the same blood.(그 고통도, 똑같은 고통이었어요. 그 피, 같은 피)

"유령이 존재한다면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자."

" I thought of you, dear friend, and I knew I’d see you again. either in this world, or the hereafter. 사랑하는 친구, 당신을 생각했고, 당신을 다시 볼 줄 알았어요. 이 세상에, 아니면 그 이후에."

그들은 그 이후를 약속하고 권력의 야욕이 만든 무대에서 자기 목숨들을 강탈당한 것이 아닌가.

 

영화 끝에서 읽은 소식이다. 자서전적 소설을 쓴 베라는 조지 캐틀린과 결혼하여 작가 겸 평화주의자로 생을 살았다. 

 

영화 대표 포스터. 영화 홈에서 가져옴

 

 

한편 이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다. 영화 마지막에서 베라가 말한 내용을 떠올려보자.

베라가 전후 보복을 준비하자는 무대에 올라 말한다.

"부상당한 동생을 제가 살려냈어요. 그러나 동생은 다시 전장으로 갔고 전장이 동생을 죽였어요."

'전쟁터로 젊은이들을 보낸 것은 우리 여자들이다. 나도, 전쟁에 나가겠다는 동생의 의지에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했다. 전쟁의 피해는 적과 아군 모두에게 매한가지이다. 나는 한때 독일군을 맡아 치료했다. 한 독일 병사가 죽어가면서 애인에게 용서를 구하더라.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가 피해자이다.'

그녀의 생각이 천 번 만 번 옳다. 그렇지 아니한가. 영화 속에서 실제 전투 장면을 전혀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자서전적인 소설을 제공한 베라 브리튼의 사상을 표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모든 연기자도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열연이었다. 베라 역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낯설다고 여겼다. 검색해 보니 그녀 출연 영화를 대여섯은 봤다. 모두 무척 인상깊게 본 영화들. 그녀가 열연한 또 다른 영화를 찾아 시청할 예정이다. 

 

 

네 젊은이의 청춘의 증언

 

 

베라. 그녀는 기억한다. 집으로 배달된 롤랜드의 유품 속, 롤랜드의 군복 상의 주머니에 들었던 베라에게 바치는 시이다.

 

'베라에게'

귀퉁이가 모두 젖어있었다. 롤랜드의 땀과 피눈물이었으리라. 롤랜드가 윗옷 주머니에 넣어 다니던 자작시 혹은 편지의 모음이었다. 그중 한 편의 시를 옮긴다. 포화 속에 낡아버린 종이, 접힌 그곳에는 롤랜드의 문자와 함께 말린 플러그 숲의 제비꽃이 있었다.

 

 플러그 숲의 제비꽃

 

바다 넘어 널 보내네

이상하지 왜 파랄까?

스며드는 피는 빨간색인데

그의 머리맡에 핀 꽃

이상하지 왜 파란색일까?

플러그 숲의 제비꽃

내가 뭘 떠올렸을까

삶, 희망, 사랑 그리고 그대

청춘이 스러진 곳에 처연히 핀 제비꽃

그날의 비극 감추네

그대는 보지 못해 다행이네

바다  넘어 제비꽃

멀리

그리운 망각의 땅으로

추억을 담아 보내네

그대는 이해하리라

 


이 영화 보기라도 할 수 있었기에 이번 주말은 다행이었다. 미안하지만 언니가 오면 그녀와 막걸리를 마시면서 무한 담소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난주, 주중 쌓인 피로를 해소하느라, 토요일 오전 반나절을 몽땅 병원 진료를 다녀오느라 시간을 몽땅 써버리기도 했지만 언니가 오면 정신을 좀 바짝 차려야 한다. 적당히 이야기꽃을 피우고 적당히 막걸리도 마시고 제정신을 차려가면서 주말을 지내야겠다. 두 권을 책을 읽으려니 했는데 밀란 쿤테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오십여 쪽 읽었나. 적어도 백 쪽은 넘게 읽고서 잠들어야겠다. 다시 또 월요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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