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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안84'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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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안84'가 좋더라. 

 

 

 

'페루'로 검색하여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시작한 김에 쭉 하자는 신념으로 오늘 아침도 어둠을 뚫고 걸었다. 나선 김에 아파트 둘레길을 다섯 바퀴 돌았다.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내친김에 뒷산 음수대까지 다녀왔다. 길고양이, 자기 뒤에 사람 냄새 보일 때 걷는, 재빠른 걸음으로 다녀왔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 같으면 진즉 정년을 했을 연세이신데 마치 나의 주치의라도 되신 듯 내가 병원에 가면 뵙는 노년의 의사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서이다.

"그냥 걸으면 아무 쓸모없어요. 빠른 걸음으로 걸어요. 빨리요."

 

 

이렇게 몸이 가벼운 것을. 이래서 운동을 하라는 것이구나. 어제 세 바퀴에 두 바퀴를 더해 걸었더니 몸이 한결 상쾌하다. 몸 상태가 완전히 정상에 가까워진 기분이다. 내일 아침에는 30분을 더 빨리 일어나서 경보 수준의 걸음으로 예닐곱 바퀴 걸어봐야겠다. 언젠가 읽은 기억 속의 책이 생각났다. 독일인이었던가. 걷기로 만사형통을 이뤘다는 내용이었다. 근무하던 회사 일손 부족에 도우미로 뛰겠다고 내려온 손위 언니는 새벽 네 시에 집을 나섰다. 수산시장이 문을 여는 4시 30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시장을 봐 가서 아침 식사부터 제공해야 하는 커다란 회사이다. 애사심이 굉장하구나. 그럴 만도 하지(이 이야기는 다음에 천천히 또 하기로 하고!)

 

 

건강검진에서 이상 없음의 결과를 받고는 마음이 편해졌다. 식도를 비롯한 내장들 소화기관도 모두 정상인 듯싶다. 천 길 만 길, 사람 몸 곳곳에 가 닿는다는 위의 신경세포들을 다시금 확인한다.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하다는 문장도 연결된다. 그래, 사람은 마음속에서 자란다. 새해 첫날까지는 마치 알 두고 온 새의 마음인 듯했는데 정월 초이튿날 오후부터 느슨하게 풀어졌다. '안절부절'에서 머리 풀어 늘어뜨리듯 몸과 마음을 거침없이 풀어헤쳤다. 정월 초하룻날의 나를 봤던 사람이 사이를 두고 오늘 다시 나를 본다면 뒤돌아서서 중얼거릴 일이다. '낮은 알아도 밤은 모른다더니, 사람은 참 알 수가 없어.' 

 

 

달달하다. 휴가를 즐기는 맛이 달콤하다. 마음 헐거워지니 만사 천하태평으로 만나게 된다. 새해 초입, 매사 아직 본격적으로 내 벌려 놓을 때가 아니 되었으므로 눈앞에 서 있는 일도 지긋이 바라보는 것으로 끝낸다. 그런 상태로 일처리를 마무리해도 용서될 수 있는 때다. 마음의 여유가 생성한 잠을 쫓기 위한 방법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첫날 일정, 즉 1회를 봤다. 워낙 믿는 사람들인 기안84와 이시언의 등장이어서 본방송을 챙겨서 보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오늘 채널 돌리기로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아마 두세 회차는 지나친 듯싶다. 페루 고산지대를 다녀와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로 가는 회차이다. 

 

 

고산병 증세를 감내하면서 여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토바이로 페루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아름답다', '멋지다', '이렇게 멋진 여행을 이제야 하다니' 등 기안84와 이시언이 대기 중으로 꽂아대는 단문들이 왜 그리도 안쓰러운지. 나를 향한 언어, 내 아이를 향한 언어, 나와 같이 사는 사람을 향한 언어, 손가락이 휘도록 새벽 네 시부터 식당일을 나가는 손위 언니를 향한 언어, 그럭저럭 살아내는 이 세상 수많은 소시민들이 함께 내뱉을 언어일 것이다. 진즉 여행길에 나서지 못했음을 한탄하는 기안84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따뜻하게 답을 해주는 이시언은 참  정스러웠다. 

 

 

'빠니보틀'이라는 이가 함께하고 있었다. 야무지게 생겼다. 그를 모른다. 유튜버라고 한다. 1회를 본 후 그의 합류 소식을 접하고 검색해본 결과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괜찮은 젊은이들이 많다. 천상 여행지기인 그가 코피를 흘려 고산병 증세를 드러냈나 보다. '나 혼자 산다'에서 부리던 객기 비슷한 언어를 발설하는 것은 여전히 이시언이 할 일인가 보다. 오고 가는 대화며 웃음들이 참 천진난만하다. 무엇보다 진솔하다. 말이며 행동 하나하나에 세 여행자의 진실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내가 함께 그들 곁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듯싶어졌다. 부러웠다. 나도 어서 떠나고 싶은데 말이다.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대중매체가 하는 짓에는 불신의 늪만 깊어져왔다. 물론 자기 몸을 담보 삼아 험한 강과 산을 건너고 뛰어넘으면서 단단한 각오 끝에 만들어내는 다큐멘터리들도 있다. 그들의 위대한 작업 완성물을 보고 있자면 눈물이 앞선다. 하지만, 말하자면, 어중이떠중이 기자들이 취재한 기사들의 내용들이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 하염없이 눈앞의 흐릿한 몫을 위해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는 연예인들의 일회성 회담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한데 이 프로그램, 기안 84와 이시언이 함께하는 여행 프로그램은 믿음이 간다. 그것도 농도 짙은 믿음이다. 기안84가 있어서이다.

 

 

최근 모든 방송들이 죄다 '리얼, 레알'을 머리에 붙여 프로그램을 홍보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짜인 각본에 따라 사람 한평생 물레방아 돌 듯 살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저 윗사람들의 강한 신념(?)에 의해 만들어낸 대본을 줄줄 외워서 연출되는 상황은 너무 빤한 결과를 연출한다. 참여자의 말 한마디만 봐도, 표정 한 꼭지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대중매체'라는 언어 위에 휩싸인, 무시무시한 힘이 부리는 구상이 메스껍다. 그 무게에 의해 꼭두각시 차림으로 자본을 획득하면서 살아내는 사람들의 구차함을 잘 안다.

 

 

 

기안84는 구차함 같은 것까지 생으로 무시할 사나이다. 진정 앞뒤가 확실하다. 맺고 끊고 또렷하다. 꼬질꼬질하지 않다. 댓 병 소주에 진밥, 식은 밥을 마구 비벼먹더라도 정신만은 참 깨끗해 보인다. 기안84와 이시언은 '나 혼자 산다'로 친해졌다. 특히 기안84는 태어난 김에 산다고 늘 말하는 그 사람 사는 모습 그대로가 바로 우리네 모습이어서 참 좋다. 가식이 없다. 꾸밈이 없다. 지저분한 눈치코치 싸움일랑 거리가 멀다. 규격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좋다. 하여 시청률도 제법 쏠쏠하다. 

 

 

 

노상온천에 들렀을 때 세 사람의 조합이 만들어낸 여러 장면들은 정말 흥미로웠다. 더 나열하면 재방송을 볼 사람들에게서 재미를 빼앗을 수 있어 여기서 멈춘다. 걸어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로 떠나는 세 젊은이들의 조합이 만들어낼 다음 여정이 무척 기다려진다. 혹 이미 했을까?

 

 

 

나도 떠나고 싶다. 나를 위해서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하는,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세상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느닷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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