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 전 봉 건 시
피아노
- 전 봉 건 시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린 시절, 도시로 유학을 왔던 때.
몇 년 후, 중학생이 되었고.
내게 한 친구가 생겼다.
하얀 얼굴에
동화 '소나기'의 '윤초시네 손녀' 분위기를 담고 있는,
하얀 피부의 소녀.
얼굴을 딱 보면 잘 사는 집 공주님 임을 곧 알아볼 수 있던 차림새와 실루엣.
내 성씨와 같아서인지, 나와 키가 비슷해서였는지.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된 것이 아니라 공주님이 나를 받아주었겠지. 우하하하하.
어느 날 그 공주님이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는데~
와, 무지 부러웠다.
공주님의 아버지는 의사셨다.
어머니는 아마 그냥 가정주부셨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고
어쨌든 공주님의 집에는 '피아노'가 있었다네.
P.I.A.N.O.
이 시를 처음 읽던 날,
나는 공주님을 떠올렸는데~
지금은 어찌 사시는지.
우하하하,
나는 한때, 당연히 피아노를 가까이할 수 있는, 당연히 해야 하는 때가 있었는데.
내 손은 시골스러워서(?) 피아노 건반 위에서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제대로 가지고 놀지 못했고.
신선한 물고기는 커녕 눈 멀겋게 흐린, 죽어가는 물고기도 붙들어 매질 못했으며
튀는 빛은 커녕, 꼬리를 물 손톱도 제대로 가꿀 능력이 없어 날을 세우질 못했다.
하여 내 곁에는 푸르뎅뎅한 바닷가 씩씩한 파도 위, 날 선 칼날을 집어 들 용기 있는 사내가 있었던가, 없었는가.
푸후 후 후후 후......
어쨌든 나는 독보력이 부족하야 악기 연주를 잘하질 못한다.
악기 연주를 제 맘대로 해대는 사람들이 내겐 '신'이다.
조물주는 내게 어떤 능력을 주셨을까.
욕심만 커서 두 대의 피아노를 그리고
두 가지 색깔의 피아노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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