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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 놓고 온 그늘
제자리 걸음 혹은
제자리 걷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뒷걸음질을 치는 것도 제 복은 아닌 것 같다고
멈칫멈칫 눈동자를
사각형 또는 원을 그리면서 굴리곤 했고
공간을 점검해야 한다고
두둥두둥 두둥
혈이 맨손체조를 하면서 초시계를 손에 들고 있다고
누군가 뒤쫓는 이 있어 혀로 초침을 붙잡아야 한다고
뒤뚱거리면서 길을 내면
세상을 캐묻고 있는 이
사람을 들고 식도를 오르내리고
사람은 커녕 바람도 멈춤한 틈새
잎도 줄기도 호흡도 기대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일 것이라고
가끔 걸음 걷기를 멈추는 자리
횡단보도일 것 같다고
사방으로 있는 자리
거둘 수 없으니
가져가는 수밖에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한 걸음
바닥을 한 번 내려다보고 한 발자국
혹 그곳에 아직 덜 여문 그늘 드리운다면
여운 같은 것
아득한 소망 같은 것
놓일 수 있는 자리 마련된다면
잰걸음 붙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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