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랄도 병이라며
지랄도 병이라며
지랄하지 말라고 자꾸
윽박지르는 이가 있었다
변덕이 날을 세우고
잡스러운 언행은
피로 물려받았노라고 했다.
오른 꽈배기 왼 꽈배기가 꼬여있는 저녁 어스름이면
술병 질병 구분할 것 없이
마침내 꼴값 법석 떨고 있는데
분별없는 행동이면 어떠냐
타고난 불협화음이 지르는 뇌성이라면 또 남다른 것이냐
이는 다스릴 수 없으니 덤비지 말라고
대창 곱창 얽혀서
최첨단 실 바늘을 이무기로 창조하지 못했다면
이미 남의 꿈자리라고
어차피 기울어진 포물선의 끝자락이라고
그러므로 불길함을 잠재우러 왔다고 했다.
속되게 꼴사납게
꺼림칙한 느낌에
용천을 하겠다고
하늘을 좀 다스려보겠노라고
창칼 쥐고 떠났던 길
다시 다듬어 새길 떠난다고 한들
하늘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덤볐다.
염병 발병 지랄병이 났다고
제 어미 아비를 후려쳐서 하늘에 띄워 올리면
질질 땅에 닿아 다 나을 수 있겠느냐고
무당집 대문 귀퉁이 팔락거리는 깃발 단지를 쓰다듬으면서
눈물을 퍼질러내고 있었다.
구멍 난 역사를 안고 사는 삶
들어서고 있는 길 방천을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무너진 방죽을 목간통 삼아 온몸을 지지러 가는 길목에
희디흰 눈발이 춤을 추고 있었다.
반응형
'문화·예술 >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년 1 (28) | 2023.08.26 |
---|---|
횡단보도에 놓고 온 그늘 (34) | 2023.08.24 |
뗏목을 굽는 밤 (28) | 2023.08.22 |
밀란 쿤데라를 기리면서 (18) | 2023.08.15 |
달이 뒤흔든 밤 (22) | 2023.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