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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노란문 :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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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문 :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Yellow Door: '90s Lo-fi Film Club2023

2023

28회 부산국제영화제(부산시네필상)

2023.10.27.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84분

NETFLIX

 

이혁래 감독

봉준호 등 출연

 

노란문연구소. 영화 홈에서 가져옴

 

 

‘노란 문’, 왜 노란색 문이었을까. 활자로는 처음 읽는 이름이었다. 감독 이름 이혁래.

 

 

봉준호 감독 블라블라~. 영화 소개 글에 등장하는 ‘봉준호’를 읽으면서 어떻게든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구나 싶었다. 그가 만든 영화? 소리 소문을 들은 적이 없는데? 아, 영화를 찍고 있다는 기사는 봤다. 벌써 완성? 그럴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다.

 

혹 본 영화를 찍기 위한 단편 정도의 영화? 영화의 일반적인 속편을 뜻하는 '시퀄'일까. 혹은 '프리퀄 (Prequel)'? '시퀄'은 오리지널 영화의 서사적인 뒷부분을 따로 제작하는 것, '프리퀄'은 오리지널 영화에서 먼저 일어났던 사건을 담은 속편. 이전 스토리를 담은 영화. 원작 영화에서 선행되는 스토리를 담은 속편.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나 선행 사건을 보여주면서 본편과의 개연성과 당위성을 보여주는 것. 그런 류로 만들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는 소식은 접한 기억이 없다.

 

아님'리부트 (Reboot)'? ​컴퓨터를 리부팅하는 것처럼 영화도 시리즈의 연속성을 포기하고 작품의 중요한 뼈대나 등장인물만 살려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시작하는 영화. 특정 영화가 흥행하여, 시리즈물이 계속 제작되면 이야기도 정체되고 관객들의 흥미도 떨어지기 마련! 새로운 이야기로 에너지를 불러 넣어 새로운 관객들의 유입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제작되는 영화.

 

아, 아니면'스핀오프 (Spinoff)'인가. 오리지널 영화에서 파생된 스토리. 원래 있었던 영화로부터 파생된 작품. 영화뿐만 아니라 책, 드라마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등장인물의 상황에 기초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지만 오리지널 작품과 세계관만 공유할 뿐 주인공 또는 줄거리는 전혀 다른 영화.

 

대표 포스터. 영화 홈에서 가져옴

 

 

어떤 종류의 영화일까. 영화 상영 시간을 봤다. 봉준호오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생충’ 다음 작품이 올 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의 것이라면 진즉 여러 곳에서 관련 기사를 읽었을 텐데 아니었다. 나는 늘 눈에 잡히는 영화를 영화 매거진이나 인터넷 플랫폼 영화판의 평점으로 시청한다. 스포에 붙잡히는 것이 딱 질색이다. 영화 제목으로 검색하여 평점 여부에 의해 바로 시청이 결정된다. 감독의 이름도 새겨 읽지 않은 채 영화를 보곤 한다. 이 영화는 결국 감독을 확인했다. 처음 읽는 이름. 감독 이혁래. 뭐람?

 

낯선 영화감독이므로 간사한 나는 또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였다. 어중간히 봉준호를 들먹이다가 마는 영화라면 이를 어찌하나. 기우였다. 단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서 끝까지 집중해서 봤다. 유명 영화감독의 영화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성격의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전기적인 영화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직 봉준호를 추앙하는 내용의 영화가 절대로 아니었다.

 

‘영화의 바다에 막 진입하던 시절의 봉준호. 그의 꿈이 시작되던 시절’

시놉시스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까. 분명히 봉준호를 머리에 세워 둔 채 진행되는데 이곳에는 봉준호를 있게 한 봉준호의 청춘 시절이 있고 봉준호가 첫 영화를 찍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야 마는 봉준호의 은근한 힘이 되어주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알뜰하게 담아져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인생 시작점.

 

출발 지점에 선 사람들이 봉준호 혼자가 아니었다. 예닐곱이던가. 아, 열둘이랬다. 동아리 형식으로 모인 대학 청춘들은 만나기 전, 각자 세상을 놀던 때부터 그들은 이미 영화인이었다. 이들의 마음과 마음이 어우러져서 영화 세계를 탐문하고 열정을 키우고 본격적인 영화 세계에 입문한다는 줄거리의 구성. 내용은 당시 노란문연구소를 출입하였던, 이제는 봉준호와 같은 연배의 어른이 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후 봉준호가 진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이 영화 속 봉준호의 영화 열기에 제격이라고 확인되는 영화.

 

노란문 연구소 회원들의 모습. 영화 홈에서 가져옴

 

영화 소개 한편에 있던 내용은 이랬다.

“봉 감독, 자신을 ‘위인전·명사 성공담’으로 소개된 트라우마 블라블라~”

맞다. 다행이다. 내가 아는 봉준호는 이런 영화 앞에서 당연히 우려했을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우연히 만나 처음 떠들어봤던 시점에서 영화 보기를 망설였던 기분 그대로. 나는 아직 봉준호의 영화 인생을 담은 위인담 류의 영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제목 ‘노란문 :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90년대 초, 영화 새내기들의 공동체였던 '노란문 영화 연구소'의 회원들이 영화로 인한 만남으로 영화로 인해 영화화 함께 놀게 되는 여정을 담았다. 30년 전의 이야기. 우리나라가 막 영화 대중화의 시대에 들어서기 시작한 때다. 영화광이라는 무리가 등장하고 영화 덕후의 양생이 움트던 시절. 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 광폭이랄 수도 굳이 이름 붙일 필요가 없는 영화 연구는 건물의 문을 노란색으로 칠하게 되면서 노란문을 앞머리에 매단 영화 연구소가 되었단다. 그곳 활동이 기폭제가 되어 청년 봉준호는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만들었단다. 영화는 이를 둘러싼 기억을 갈래갈래 쓰다듬어가면서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이다.

 

영화는 줄곧 ‘노란문 영화 연구소' 회원들의 지난날들 돌아보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여전히 간절하기 그지없는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당시 자기 심정을 끌어올려 내놓는다. 그들이 꿈꿨던 세기말 영화에 대한 열정과 연구와 인내와 용기의 4화음을 목소리로 풀어낸다. 각자 영화 에너지로 가득했던 옛 추억을 환기한다. 

 

누구 하나 여전한 영화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뜨겁다. 그들의 목소리 운행에 내 목소리도 덧입히고 싶어졌다. 환생한다면 내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나는 꼭 영화를 찍으리라는 사춘기 소녀 시절의 꿈을 다짐하고 산다. 그러므로 나는 이들이 말하는 순수한 영화 열정을 너끈히 공감한다. 사실은 그런 젊음을 보낸 그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몰랐다.

 

감독 봉준호의 최초 연출작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Looking For Paradise‘였단다. 이 영화의 여정을 제법 구체적으로 따라간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1980년대,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짐이었던 민주화의 열망은 '영화'같은 곳으로 젊은이들을 피난하게 했고 그곳 중 하나가 노란문연구소였다는 것. 그곳 노란문 연구소의 사람들은 절대로 서로를 간섭하지 않았다는 것. 하여 각자의 영화를 구상하고 계획하고 제작을 자유로이 시도할 수 있었다는 것. 다행이라 여겨졌다. 영화인 봉준호를 있게 한 힘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봉준호의 첫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의 고릴라가 처한 모습을 오래도록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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