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문화·예술

껍질 하나를 벗겨냈다 껍질 하나를 벗겨냈다 묵은 껍질 하나를 벗겨냈다 응큼한 속살 가장 가까이 서식해있던 내밀한 음모까지 고스란히 소화해낸 검은 경력 모두 다 안고 함께 훨훨 날아가고파 따사로운 기운을 만나 가볍게 날고 싶은 꿈 나의 소망이 개울 저 아래 얼어있던 뻘밭을 벅벅 기면서 꺼이꺼이 기꺼운 숨 몰아쉬면서 생의 등을 등반하고 있다 굳은 혈관을 순행하고자 깊이 숨겨뒀던 봄을 꺼내는 날 어서 날고 싶다 가뿐 겨울 내복 바지를 한 겹 벗어던졌다 더보기
아들 아들 그래 너의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의 아버지의 걸음걸이가 그랬구나 오랜만에 아들과 아버지가 길을 걸었다 돌아서서 한 곳을 향해 가는 두 사람 딱 아버지였고 딱 아들이었다 더보기
선물 선물 그녀가 안겨준 꽃다발 속에 그녀가 연분홍 파스텔 톤으로 앉아 있다 그녀가 안겨준 과일 상자 속에 그녀의 고운 향이 바텀 노트로 담겨 있었다 그녀가 건네준 그녀의 기운 속에 그녀의 고른 호흡이 온유한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그녀가 전해준 그녀 생의 가락 위에 그녀가 지금껏 만들어 온 운율이 연주하는 통통통통 맑은 물방울을 읊고 있었다 그윽함을 예고하는 고즈넉한 사랑이었다 처음 맛보는 오직 한 번 뿐인 이제 다시 없을 단 한 번의 선물이었다. 오늘~ 그 아이가 왔다. 영원히 함께 하기를~ 더보기
동백 울창하던 그곳 동백 울창하던 그곳 섬의 겨울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글 읽는 내내 느린 파노라마 내 젊음의 시절이 마치 겨자 입힌 덧니 돌출되듯 펼쳐집니다. 우여곡절 삶의 귀퉁이에서 무엇 하나 덧붙여보겠노라고 하냥 지새우던 밤 허우적거리던 빈 허리의 허망함을 담은 액체가 늙은 여인의 쇤 허리 틈에서 다시 샘 솟습니다 그날 서로를 향해 읊었던 안녕의 문장들은 사어가 된 채 앞바다에서 허우적거렸고 이제 눈 앞 메아리로 되돌아오던 서슬퍼런 소망이 허리를 만들지 못한 채 흔들거립니다 그곳 동백이 벌건 이유이겠지요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원초적 영역의 죄이자 벌일랑가요 동백을 동백이라 부르지 않고서 봄의 자리를 아직 점령하고 있다고 무작정 겨울을 궁지로 몰던 이를 향한 진인사대천명일까요 당신의 글 속 동백 천지 안에 소박맞은 흰색.. 더보기
그는 야구장에 갔다 그는 야구장에 갔다 - '대체 야구장에 간 것이 뭐, 어떻다는 거야?'로 보기 시작한 나는 나의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 시청 방법을 칭찬했다. 나는 평점만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 스포를 읽지 않는다. 5점 만점에 3.75 이상이거나 10점 만점에 7.5 이상인 영화는 그냥 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군더더기 없이 인간계 한 소시민의 법정 다툼을 제대로 그려낸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법정 이야기가 즐거웠다. 그렇다. 소시민이 이겼으므로! 2017 관람등급:15세 이상 40분 다큐멘터리 미국 감독 제이컵 라멘돌라 후안 카탈란. 그는 아버지이다. 하루하루를 성심성의껏 살아가는 평범한 사내이다. 가족이 있다. 아이들이 있다. 어느 날 벨이 울리고 형사라는 사람이 그를 체포해 간다. 그는 구치소에 가둬진다. .. 더보기

728x90